[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SK하이닉스 노사가 생산직 성과급제 도입을 논의하게 된 배경에는 현재의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기업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의 호봉제는 업무숙련도나 생산성 등 성과와 무관하게 근속기간이 늘어나면 임금도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저성장과 고령화, 정년60세 의무화 등으로 인해 임금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기업으로서는 늘어나는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게 되고 결국 신규채용 감소와 인위적 감원이 불가피해진다. -숙련도 능력과 무관, 나이들면 연봉도 오른다 주요 기업들은 90년대 말부터 임금에 직무ㆍ성과의 반영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해 왔지만 생산직만 무풍지대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170개 대기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생산직의 80%가 호봉급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사무직(14%), 연구직(50%), 판매ㆍ서비스직(54%)보다 높은 수준이다.호봉제의 대표적 부작용은 성과가 달라도 보상 수준이 비슷해 무임승차자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또한 직무별로 임금차등이 어렵다보니 고급인력 유치가 어렵고 경쟁국가와 기업보다 높은 임금수준은 글로벌 경쟁력을 갉아먹는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생산직에 성과급제가 필요한 이유는 호봉제만 믿고 연차를 쌓고 뒤에서 놀고 있는 근로자들이 꽤 되기 때문"이라면서 "차라리 젊고 열심히 하는 직원한테 돈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세계 5위 자동차회사인 현대차(국내공장)는 기본급이 연령(근속)에 따라 임금이 매년 자동으로 증가하는 호봉제인 반면, 독일은 기본급을 1등급에서 17등급으로 나누고 등급에 따라 임금이 차등 지급된다. 2014년 독일 금속노조 바덴뷔르템베르크 지구의 사례를 보면 17등급의 임금은 1등급의 2.5배에 달했다.현대차의 경쟁사인 일본 도요타도 2000년까지는 현대차와 유사한 임금체계를 유지했다가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무와 숙련도에 따라 임금을 차등지급하는 구조로 바꾸었다.현대차는 사측에서 임금체계 개편을 요구했지만 노조의 거부로 대화의 장조차 마련되지않고 있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노사합의로 생산직 직원들의 직급에 따라 호봉제와 연봉제를 혼합해 적용하고 있다. -노사모두 필요성은 인정…시기 방법론 큰 시각차 노사 모두가 변화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시기와 방법 등에서는 아직까지 입장차가 크다. 앞서 호봉제를 폐지한 OCI와 LG이노텍, 논의를 시작한 SK하이닉스 등은 모두 노사관계가 좋고 노사모두의 타협과 양보가 이뤄낸 결과물이다. OCI도 통상임금 문제가 불거지고 회사상황이 악화돼 임금인상을 해주기 어려운 상황이되자 사측이 노조요구에 방어하는 대신에 호봉제 폐기를 먼저 요구했다. 노조의 반발도 있고 우여곡절도 많았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호봉제 재원은 그대로 능력급제로 이전을 해주겠다는 신뢰를 갖고 교섭을 진행하고 태스크포스 구성 후에도 수치로 보여주는 노력들을 통해 합의에 이르게 됐다. SK하이닉스도 노사협력선언을 통해 노조가 창립된 1987년 이후 무분규 기록을 기록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는 노조가 임금인상분(기본급의 3.1%)의 10%를 협력사 직원과 나누자는 임금공유제를 제안하자 사측도 이에 상응한 금액으로 화답해 66억원의 재원을 마련, 이중 60억원 가량을 협력사 10곳의 직원 4700여명에 1인당 10만원 안팎의 월급을 올려주었다. -노사간 신뢰 속 절충안 마련이 해법 경영계는 성과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이 생산직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노사간에 위기의식 공유와 신뢰를 바탕으로 절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기업 관계자는 "생산직도 호봉 올라가는것만 보고 달려온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갑자기 도입하기가 어려워서 절충안이 필요하다"면서 "군대에서도 내가 선임될 날만 기다렸는데 갑자기 선임 특권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을 주지 않는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주요 대기업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임금체계 개편을 꾸준히 진행해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면서 "많은 대기업이 직능급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만큼, 기업 상황에 맞게 임금체계를 개선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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