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축제, 5만여명 모여 '차별 반대' 흥겨운 한마당(종합)

11일 서울광장서 열려...일부 종교단체 반대 집회 불구 큰 충돌없어

퀴어문화축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문제원 수습기자]큰 충돌이 우려됐던 퀴어문화축제가 11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커다란 불상사없이 흥겨운 축제로 마무리됐다.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11일 오전 11시쯤 서울광장에서 '2016년 제17회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의 축제다. 지난해 제16회 행사에 이어 서울의 중심인 서울광장에서 성소수자 단체가 단독으로 여는 두 번째 행사다.조직위는 이날 오전 1부 부스행사를 시작으로 2부 개막무대에 이어 3부 퍼레이드를 오후 4시30분부터 진행해 약 1시간30분가량 이어진 뒤 오후 6시쯤 마무리했다.이날도 일부 종교인들이 반대 집회를 열었지만 다행히 큰 충돌은 없었다. 한때 '예수재단' 등 일부 기독교인들이 전날까지 서울광장에 집회신고를 내고 자리를 선점한 뒤 "비켜주지 않겠다"고 버텼지만 다른 기독교단체들의 설득으로 자리를 비워준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서울광장 반대편 대한문 광장에서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 등으로 구성된 '서울광장 동성애퀴어축제반대 국민대회 준비위원회'가 오후 2시부터 반대 집회를 열었다.이들은 동성애 아웃, 에이즈 조장 음란축제 등 외쳤고 서울광장 사용 조례를 규정해야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특히 한 보수단체 참가자가 몹시 흥분해 트럭 앞에 드러눕는 등 돌출 상황이 벌어졌지만 경찰이 나서면서 상황이 정리됐다. 일부 참가자들은 '동성애 OUT'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고함을 외치면서 행진을 끝까지 쫓아오기도 했다.반면 조계종, 열린문공동체교회 등의 일부 종교인들은 행사에 참석해 퀴어축제에 대한 지지 입장을 펼쳤다.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일부 종교인이 기자회견을 통해 동성애를 혐오하고 생명을 짓밟는 발언을 하는 걸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퀴어문화축제

이런 갈등에도 불구하고 이날 서울광장에선 흥겨운 분위기 속에 서로 다른 것에 대한 인정과 차별을 반대하는 이들이 춤과 노래를 즐기는 축제가 펼쳐졌다. 서울광장 잔디밭은 약 5만여명(주최측 추산) 시민들로 발디딜 틈 없이 가득찼다. 오후 내내 흐리고 잠깐 소나기가 내리기도 했지만 문제는 없었다. 오후 2시 개막식이 열리고 주최측이 준비한 공연이 진행되자 사람들은 춤을 추거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강명진 조직위원장은 무대에 올라 "주변에 시끄럽게 동성애 혐오와 비하의 목소리 내는 사람이 많지만 위축 될 필요없다"며 "당당하게 오늘을 즐기고 1년을 살아가자"고 말했다.녹색당 부스를 운영하던 윤명(29)씨는 "동성애뿐 아니라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며 "지난해에는 축제 반대 시위가 위협적이라고 느꼈는데 올해는 비교적 많이 줄어든 것 가 다"고 말했다.이날 축제에는 성소수자보모모임 회원들도 2년째 참석해 부스를 운영했다. 성소수자 자녀를 두고 있는 지영씨는 "자식이 성소수자임을 알게 되면 처음엔 충격을 받지만 차츰 자식을 이해할 수 있다"며 "오늘도 몇몇 성소수자 자녀와 부모들이 오셔서 상담을 했는데 우시는 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개막식이 끝나고 오후 4시30분부터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퍼레이드가 열렸다. 올해 퍼레이드는 차량 7대와 수만명의 시민이 참석한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차량 위에는 작은 스테이지가 마련돼 5~7명의 성소수자들이 올라 노래를 틀고 춤을 췄다. 각 차량 뒤로는 수백명에서 수천명의 시민들은 따라 걸으며 노래에 맞춰 함께 분위기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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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들은 동성애인과 손을 잡고 걸었고 몇몇 시민은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흔들었다. 서울 시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이색적인 광경이 한 시간 이상 흥겨운 분위기 속에 펼쳐졌다.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행진하던 조승규(42)씨는 "누구도 우리와 다르단 이유만으로 동성연애자를 탄압할 권리가 없다"며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취향과 생각대로 사는 것이 당연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아이를 데려왔다"고 했다.명동 일대를 지날 때는 양 옆 인도를 따라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이 늘어서 행진을 구경했다. 일부 시민은 손을 흔들며 환영하기도 했다. 김모(36)씨는 "외국에 살 때는 자주 봤지만 국내에서 이런 규모의 퀴어퍼레이드가 열리니 너무 반갑고 신기하다"고 했다.미국 워싱턴에서 왔다는 사라(29)씨는 "외국인이 많을 줄 알았는데 한국인 서포터가 많아서 놀랐다"며 "아침에 처음 왔을 때 경찰들이 많아서 무서웠다"고 말했다. Chaz McBride(29)씨는 "미국의 15년 전 보는 듯하다"며 "반대하는 무리가 많은데 오늘 행사로 한국이 변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동성애인과 함께 온 30대 이모씨는 "올해로 10번째 퀴어축제에 참석했다"며 "이번 축제는 사람도 가장 많고 퍼레이드 코스도 길어 너무 재밌었다"고 말했다.이날 행사는 행렬이 서울광장에서 시작해 을지로2가, 롯데백화점 본점을 거쳐 다시 서울광장으로 돌아오면서 마무리됐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문제원 수습기자 nest2639@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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