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프리즘]선진국 경험으로 보는 중국의 미래

김창도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선진국의 개념은 상대적이다. 보통은 경제개발이 다른 나라보다 앞서면서 인당 소득 수준이 높고 산업구조가 고도화 되고 정치, 사회 제도, 기술, 교육 및 문화가 발달한 나라를 말한다. 선진국은 보통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높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보면 2016년 세계 1인당 GDP 10위 국가에서 중동 산유국인 카타르를 제외하면 모두 선진국이다. 미국 5위(5만7220달러), 스웨덴 10위(5만1136달러)다. 선진국이 몇 개인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4개 회원국 대부분이 선진국이다. IMF는 2015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39개 국가와 지역을 선진경제권(Advanced economies)으로 지정했다. 이러한 선진 국가와 지역의 발전 경험을 종합해 보면 선진국이 되려면 첫째 과거 개발과정에서 정부 정책의 효과가 컸고, 둘째 기업의 혁신과 개척 능력이 강하며, 셋째 교육과 문화의 선도 역할이 커야 한다. 한국의 사례를 살펴보자. 한국은 1996년 12월에 OECD에 가입했고, IMF는 한국을 선진경제권에 포함시키고 있다. 하지만 교육과 문화의 선도 역할은 여전히 부족하다. 선진국 문턱까지 온 것은 1960~80년대 정부의 정책 효과가 컸고, 또 IMF 사태를 겪으면서 기업의 혁신과 개척 능력이 크게 제고되었기 때문이다. 1960년 한국의 인당 국민소득은 155달러에 불과해 필리핀(247달러)과 짐바브웨(281달러)보다 적었다. 1960년대 한국은 자원, 산업기반, 수요 및 숙련 인력이 모두 부족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계획수립부터 자원배분 단계까지 경제 전반을 주도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수출주도형 전략을 추진했으며 선진국과의 합작투자를 통해 기술을 도입했다. 또한 새마을 운동, 산림녹화 및 산아제한 운동을 전개해 경제 개발에 매진했다. 정부 주도의 개발정책으로 1962~1997년 한국 경제는 연평균 8.4% 늘었다. 한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11위로 성장했고 농업기반의 경제에서 중화학 공업 위주로 바뀌었다. 여가 및 해외여행이 확산되고 삶의 질이 크게 제고되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한국은 민주화가 급격하게 확산되고 경제운용에서도 정부주도에서 시장주도로 바뀌었다. 시장화와 개방화가 급진전되면서 정부 보호막이 사라졌고 대외충격에 취약해졌다. 특히 금융개방을 급하게 확대한 결과 단기외채가 급증했고 결국 외환부족으로 1997년 12월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됐다. 이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경제체질 개선 노력으로 한국기업의 혁신과 개척 능력은 크게 높아졌으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일부 기업들의 경쟁력은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했다. 한국인들의 소득도 크게 늘었다. 2014년 한국의 인당 국민소득은 2만7090달러로 필리핀의 7.7배, 짐바브웨의 32배에 달한다. 한국의 경험은 지금 중국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중국 경제의 현황은 한국의 1990년대 초반과 유사하다. 1인당 GDP가 1만달러를 바라보면서 중산층이 급증하고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임금도 크게 상승한다. 고비용 구조가 빠르게 정착되고 주식과 부동산 버블 우려 및 부채 위기가 커진다. 중국 정부 주도의 정책 효과가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이제부터는 기업의 혁신과 개척 능력, 교육 및 문화의 선도 역할이 강조되는데 시장화 및 개방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의 IMF 구제금융의 아픈 경험을 알고 있는 중국은 정부 주도의 경제운용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 '공급측 개혁', '중국제조 2025', '인터넷 플러스', '대중창업, 만인혁신' 등 정책을 통해 중국 기업의 혁신과 개척 능력을 높이려 한다. 하지만 여러 선진국의 경험으로 볼 때 정부가 경제 전반을 통제하면서 동시에 기업의 혁신과 개척 및 교육과 문화의 선도 역할이 크게 늘어난 경우는 없었다. 중국이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제시할지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확인할 수 있다. 혹시나 올지 모를 중국식 개발이 성공하는 그날을 미리 대비해야 할 것 같다. 김창도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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