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재편 통해 삼성그룹 내 부품 사업 시너지, 기흥-화성-평택-천안-아산 '전자부품 클러스터' 완성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표이사를 겸직하는 배경에는 부품 사업에 대한 삼성그룹의 고민이 배어 있다. 공식적으로는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사업간의 시너지를 강조하면서 속내는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합병을 포함한 사업 재편을 염두해둔 결정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사업재편을 통해 기흥-화성-평택-천안-아산으로 이어지는 세계 최대 '반도체ㆍ디스플레이ㆍ전자부품 클러스터'가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권오현 부회장,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대표 겸직=삼성전자 DS부문장을 겸직하고 있는 권오현 부회장이 삼성디스플레이 대표를 겸직한다는 것은 삼성전자와 자회사의 부품 관련 사업 대표를 일원화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현재 디스플레이 사업이 처한 위기 때문이다. LCD는 중국이 초대형 생산라인을 연이어 설립하며 이미 적정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중국과 경쟁하기보다는 판을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삼성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중국과 LCD에서 승부를 벌인다면 100전 100패라는 것이 내부의 결론"이라며 "LCD 역시 일종의 한계 사업이 되버린 셈으로 향후 삼성의 디스플레이 전략은 OLED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확대를 위한 신규 공급처로 애플을 확보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애플과 삼성전자가 OLED 패널을 스마트폰에 사용할 경우 경쟁사들도 OLED 패널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차원에서 LCD에서 OLED로 변환하는 기술 전환에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삼성디스플레이는 연내 LCD 라인을 추가로 닫을 계획이다. 투자는 OLED에 집중하면서 LCD는 출구전략에 나서는 모양새다.지난 1분기 삼성디스플레이가 '갤럭시S7' 효과로 OLED에서 흑자를 기록했지만 LCD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점도 이같은 결정을 내리는데 일조했다. LCD에서 발생한 적자가 OLED에서 얻은 흑자를 잠식한 것도 모자라 회사 전체의 적자전환까지 가져왔기 때문이다. 권 부회장이 올해 초부터 맡은 자동차전장사업에 대한 밑그림도 구체화될 전망이다. 자동차전장사업은 별도 사업부 소속이 아닌 권 부회장 직속 조직으로 편재돼 있다. 일각에서는 권 부회장이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를 겸직한 뒤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합병을 시도해 자동차전장사업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내놓는다. 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온 만큼 삼성전자의 주력 부품 사업의 시장 지배력을 전기차 시장으로 옮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삼성전자가 84.8%ㆍ삼성SDI 15.2% 보유=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지분 84.8%, 삼성SDI가 15.2%의 지분을 갖고 있는 자회사다. 때문에 삼성전자가 삼성SDI가 갖고 있는 지분을 모두 사 100% 자회사로 편입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SDI와 삼성전기가 합병하는 등 부품 사업에서 새판을 짤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1월 삼성전자 DS부문과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삼성그룹 전자부품 계열사는 경기 용인 기흥사업장에서 함께 시무식을 가졌다. 경기 수원 디지털시티에선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과 IT모바일(IM)부문, 삼성SDS의 시무식이 진행됐다. 같은 회사지만 부품과 세트 사업을 나눠 관련 계열사들과 시무식을 진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후 현재까지 DS부문은 각 부품 계열사와 사업 전략을 위한 회의를 함께 갖는 등 긴밀한 협조에 나서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제조 업체들에게 삼성전자 세트 부문은 경쟁자지만 부품 부문은 협력사"라며 "이같은 특수한 상황 때문에 오래전부터 DS부문은 인사, 회계 등에서 철저하게 분리돼 있는 만큼 부품 계열사끼리 협력 관계를 모색하는 일은 꾸준히 진행돼 왔다"고 말했다. 부품 계열사들의 사업장도 통폐합도 진행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천안 LCD 라인 일부를 닫으며 오는 10월경 삼성전기가 천안 사업장에 입주할 계획이다. 천안사업장은 당초 삼성SDI와 삼성디스플레이가 함께 사용하고 있던 만큼 향후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가 함께 사용하게 된다. 오는 2017년 하반기 완공 예정인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라인이 완공되면 기흥-화성-평택-천안-아산으로 이어지는 세계 최대 '반도체ㆍ디스플레이ㆍ전자부품 클러스터'가 완성된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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