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주택시장<下>5년전 전체 임차계약 중 17%에 불과올해 들어 38%까지 비중 높아져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지난해 2월 운 좋게(?) 서울 상암동에 전용면적 59㎡짜리 신혼집을 3억2000만원에 구한 30대 회사원 J씨. 전세 계약이 1년 가까이 남은 그가 벌써부터 이사 갈 집을 알아보는 중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같은 가격에 눌러앉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다. 이미 같은 층 전셋값은 6000만원 이상 오른 상황. 끝없이 오르는 전셋값을 매번 대출로 감당할 수 있을지, 이마저도 없는 건 아닌지 걱정이 크다. 전세를 못 구하면 보증금 3억원에 매달 30만원을 내는 월세로 내몰릴 처지다. 전세가 사라지고 있다. 실종 속도는 더 빨라졌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집주인은 2~3% 수준의 은행 이자의 두 배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월세를 선호하며 시중에서는 월세 매물만 급증하고 있다. 이 탓에 귀해진 전세의 몸값은 높아져만 간다. 전셋값 상승세는 수치로 드러난다.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103.5로 2년 전보다 10.5% 올랐다. 최근 2년간 물가상승률(1.6%)의 5배 이상 오른 셈이다. 반면 매매가격지수는 102.2로 같은 기간 6.6% 오르는 데 그쳤다. 국토교통부가 2년에 한 번 실시하는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주택 임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2006년 45.8%에서 2010년 49.7%, 2014년 55.0%로 크게 늘었다. 최근 8년 새 9.2%포인트 급증했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비중
서울 아파트 전세가 사라지는 속도, 즉 월세 전환 속도는 더 빠르다. 서울시정보광장에 따르면 2011년 전체 임차 거래 15만8582건 중 월세는 2만7032건으로 17%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비중은 2013년 22.9%, 2015년 32.9%로 크게 늘었다. 이 기간 전세 비중은 83.0%에서 62.2%로 낮아졌다. 특히 올 들어 거래된 전월세 4만6079건 중 월세는 1만7440건으로 37.8%까지 높아졌다.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며 나타난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과거에는 고성장ㆍ고금리 시대였고 이로 인해 임대인은 가파르게 오르는 집값으로 인한 자본소득과 함께 전세금 이자수익을 함께 누렸는데 시대가 바뀌어 이제는 둘 다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전세가율)이 높아지면서 '깡통 전세' 우려가 커지고 전세금 대출부담도 불어나며 세입자들 역시 월세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다.허 연구위원은 앞으로 월세 전환이라는 흐름은 변함이 없겠지만 지역별로 속도 차는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위례신도시의 경우 1000가구 이상의 대단지에서 무더기로 입주가 시작되며 일시적 공급 과잉으로 인해 전셋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국지적 여건에 따라 월세화 속도는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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