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와불 정치', 누워서 정치하기

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전라남도 화순군에 운주사라는 절이 있다. 누워있는 불상 - 와불로 유명하다. 정확한 명칭은 고려 시대 와형 석고 여래 불상이다. 와불은 운주사 말고도 여러 곳에 있다. 일반적으로 불상은 좌상으로 수행하는 부처의 모습이다. 와불은 수행을 마치고 열반에 들기 전이라 한다. 대부분 옅은 미소를 머금고 있다. 그 미소가 넉넉하다.사람은 누워 있으면 편하다. 그러나 누워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잠자는 일 빼고, 누워서 침 뱉기와 누워서 떡 먹기가 있다. 누워서 침 뱉기는 자기 얼굴에 침을 뱉은 어리석은 짓을 말한다. 누워서 떡 먹기는 아주 하기 쉬운 일을 말한다. 사실 누워서 떡 먹기는 해서 안 되는 행동이다. 누워서 떡 먹기는 누울 수 있는 편안한 휴식과 떡이라는 풍족한 식량을 의미한다. 휴식과 식량이 부족한 시절이 있었다. 누워서 떡을 먹고 싶은 우리 조상의 바람이 들어있다고 한다. 지난 25일 20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 등록이 마감됐다. 이로써 '공천 전쟁'도 끝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공천 전쟁'은 누워서 침 뱉기와 누워서 떡 먹기였다. 정당들은 이번은 다르다고 외쳤다. 입으로만 외쳤을 뿐이다. 우리가 본 것은 패권 다툼이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여야 모두 오로지 다툼뿐이었다.시작은 새누리당에 유리했다. 야당이 둘로 갈린 탓이다. 그래서 180석 이상도 가능해 보였다. 과반은 누워서 떡 먹기였다. 100% 국민경선은 그런 희망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공천관리위원장 선출부터 삐걱거렸다. 완장 찬 친박은 가혹했다. 주인 없는 비박은 애처로웠다. 국민경선은 오간 데 없다. 단수추천, 우수추천을 빌어 전략공천은 횡횡했다. '옥쇄' 반란을 일으켰다. 이마저도 절묘한 타협으로 끝났다. 친박과 비박 사이엔 가시 돋친 설전만 오갔다. 누워서 침 뱉기였다.야당도 누워서 침 뱉기다. 친노와 비노의 패권 다툼은 극에 달했다. 결국 둘로 갈라졌다. 물고 뜯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친노도 비노도 아닌 제3자가 등장했다. 친노의 얼굴이 하나둘씩 낙천했다. 혼란했을 법도 한데 오히려 결속이 다져진 듯했다. 제3자는 당을 빠르게 장악했다. 그즈음 제3자는 스스로 비례대표에 이름을 올렸다. '셀프 공천'은 제3자가 보면, 누워서 떡 먹기요, 국민이 보면, 누워서 침 뱉기다. 차라리 처음부터 하겠다고 말이나 하지.국민의당의 등장은 호기로웠다. 호남이라는 안정 기반을 확보했다. 적어도 호남에서 누워서 떡 먹기가 됐다. 그러나 3두(頭)는 하나가 되지 않았다. 한 명은 아예 무대에서 사라졌다. 두 대표는 사사건건 부딪쳤다. 선거 때문인지 가까스로 봉합했다. 그렇지만 비례대표는 자기 사람들로 채웠다. 당규까지 바꿔 자격을 줬다. 그들의 헌신은 당을 위한 게 아니다. 적어도 이게 새로운 정치는 아니다. 누워서 침 뱉기랑 다를 바 없다.국민도 눈과 귀가 있다. 그러나 정치는 자기들의 패권 다툼을 국민이 모르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런데도 그들은 정권의 성공, 정권 교체, 새로운 정치를 부르짖는다. '공천 전쟁'을 그렇게 포장했다. 패권 다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번 공천의 현역 물갈이는 과거보다 낮았다. 비례대표도 새로움은 전혀 찾기 어렵다. 이게 누워서 정치한 증거들이다. 벌써 '빨간색 무소속'의 선거 후 복당 문제로 시끄럽다. 누어서 침 뱉기 중이다. 유권자를 우롱하고 있다. 선거가 끝나도 패권 다툼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전당대회, 당 지도부 구성까지 첩첩산중이다. '공천 전쟁'보다 더 격렬할 듯하다. 내년에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많이 힘들다. 중산층의 지갑은 닫힌 게 아니라 비었다. 청년층은 일하기 싫은 게 아니라 일할 곳이 없다. 노년층은 지친 게 아니라 고달프다. 누구 하나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내가 치유를 해줄 적임자라는 구호는 역겹다. 차라리 알파고가 정치하면 어떨까 하는 공상을 해본다. 운주사의 와불에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 와불이 일어서는 그 날 새로운 세상이 온다고 한다. 정치가 일어서는 그날 대한민국의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다. 그러려면 어서 일어서서 국민 곁으로 가야 한다. 패권보다 국민의 행복이 우선이다. 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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