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후쿠시마 원전 사고 5주년에 부쳐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2011년 3월11일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에서는 진도 9.0의 지진과 파고 15미터의 쓰나미가 그 지역에서 가동 중이던 원자력 발전소를 덮쳐, 전력 공급이 중단되고 원자로 비상노심냉각 기능이 상실되면서 결국 원자로의 노심이 녹아내려(meltdown) 막대한 양의 방사능 물질이 방출된 사고가 있었다. 벌써 5년 전 일이라서 이미 잊어버린 사람도 많겠지만, 그날 재앙의 결과는 아직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이 사고 당시 방출된 방사능 물질의 양은 체르노빌 사고의 15~40%에 불과했지만, 이후에도 계속 대기와 바다로 유출되었기 때문에 잠재적 위험은 훨씬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그 피해 규모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먼저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직접적인 인명 피해를 보면 2013년 9월 현재 1만8703명이 사망하고 2674명이 실종되었으며 6220명이 부상당했다고 한다. 다음은 방사능 피폭이다. 주로 요드와 세슘 동위원소로 이루어진 방사능 물질의 낙진 면적은 사고 원전을 기준으로 반경 30km 이상이고, 이로 인한 피폭 인원은 3200만 명에 달한다. 또한, 방사능에 오염된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어 이로 인한 어패류의 오염과 이로 인한 2차 피폭도 우려되고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가 수십 년에서 수억 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방사능 피폭의 피해는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것만이 아니다. 이 사고로 총 47만 명이 집을 나와 아직도 고향으로 돌아기지 못하고 있다. 어떤 보고에 따르면 이들 중 1700명 정도가 스트레스 등으로 이미 사망했고, 26만~38만명 정도가 정신적 고통에 시달릴 것이라고 한다. 또, 이번 사고로 인한 재산 상 피해만도 약 2천억 달러, 복구비용은 105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이처럼 원전 사고가 이루 헤아리기 어렵게 큰 피해를 끼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각국이 원전 건설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는 발전 비용이 낮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후쿠시마나 체르노빌 같은 사고는 예외적인 경우일 뿐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그러나 원전의 발전 단가가 낮다는 일반적 가설은 설득력이 약하다. 미국 '재생에너지 환경재단(FREE)' 이사장이며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존 바이르네 교수에 따르면, 원전의 발전 단가는 MWh당 92~132달러로 태양광의 126~177달러보다는 낮지만 풍력의 37~81달러보다는 훨씬 높다. 대부분의 원전이 민간 투자로 건설되는 사례가 거의 없고, 그 운영조차도 대규모의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이런 사실을 대변해주고 있다. 일본의 경우 원자력 분야에 에너지 R&D 비용의 64%와 연간 5000억엔의 보조금이 지출되고 있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은 맞지만, 냉각에 소요되는 엄청난 양의 냉각수에서 나오는 수증기가 지구온난화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또, 반감기가 수백~수억 년에 달하는 원전 최종폐기물의 안전하고 영구적인 처리방법이 마땅히 없기 때문에 미래세대의 행복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물론 현재와 같은 에너지 소비 추세가 이어지는 한, 당장의 전력 수요를 맞추기 위해 원자력 발전을 배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해법은 있다. 독일의 경우 새로운 원전 건설은 하지 않고 기존의 원전도 수명이 다하면 폐쇄하면서,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정책을 꾸준히 펴온 결과 지금은 발전량의 1/3을 재생에너지가 담당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1~3%에 불과한 우리나라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후쿠시마 원전 사고 5주년을 맞으면서 내리는 결론은 명백하다. 더 이상의 원전 건설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비슷한 사고가 나지 말라는 법이 없어서도 그렇지만, 사용 후 핵폐기물이 미래세대에게 미칠 피해가 더 두렵기 때문이다. 이 지구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터전이지만 동시에 앞으로 살아갈 우리 후손들의 터전이기에...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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