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획정 지연에 재외국민선거인명부 작성 덩달아 난항
'선거 49일전 작성해야'…공직선거법 어긴 꼴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여야가 23일까지 선거구획정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선거구획정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획정기준을 선거구획정위원회에 넘겨주고 획정안을 받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잇달아 의결해야 하는데, 23일까지 이 과정을 거치기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당장 24일부터 공직선거법에 명시돼 있는 재외국민선거인명부 작성이 영향을 받게 됐다.총선 일정 가운데 하나인 선거인명부 작성이 정쟁으로 차질을 빚은 점은 의미심장하다. 단순히 명부 작성이 어려워졌다는 것 뿐 아니라 법을 만드는 국회가 결과적으로 법을 어기는 꼴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재외선거인명부 작성의 차질이 위법인 것은 작성일정이 법에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218조 8에 따르면 재외선거인명부는 총선 49일전부터 열흘간 작성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4일을 재외선거인명부 작성일로 정한 것은 법에 나온 일정대로 진행했다는 의미다.특히 재외선거인명부는 일반선거인명부와 달리 반드시 선거구가 표기돼야 하는 만큼 획정작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선거구가 명확하지 않아 명부 작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법에 나온 일정을 무시할 수 없어 일단 기존 선거구를 토대로 작성하되 나중에 획정이 마무리되면 변경하는 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20대 총선 일정과 관련해 여야가 법을 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공직선거법 부칙에는 '이번 총선에 한해 선거구획정위원회가 획정안을 선거일 6개월 전까지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여야가 획정기준을 획정위에 넘기지 않아 시한을 넘긴지 오래다. 또 지역구는 선거일 전 5개월까지 확정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지만 이것 역시 지키지 못했다.이는 결과적으로 예비후보 등록과 선거운동까지 위법을 초래했다. 기존 선거구가 모두 무효인 상황에서 예비후보 등록 행위와 이들의 선거운동은 법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선관위가 이를 법적으로 막을 경우 발생할 혼란을 우려해 임의로 허용한 것뿐이다.일정에 쫓겨 재외선거인명부의 부실 작성도 걱정이지만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국회가 위법에 무감각하다는 점이다.공직선거법에 명시된 일정을 어길 때마다 여야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지난달 초 일부 예비후보들이 국회가 선거구를 기한 내에 획정하지 않은 것은 공직선거법 24조를 위반한 것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정치권은 요지부동이었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선거인명부 작성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에 "2월 말까지 선거구획정해도 선거 일정에 영향이 전혀 없다"고 말해 법에 명시된 일정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여야는 23일 선거구획정기준에 합의하고 29일 획정에 최종 합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여전히 변수가 남아 있어 다음 달로 미뤄질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다.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19대 국회가 법도 못 지킨다는 비판에 휩싸이면 정말 최악이라는 평가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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