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아버지의 엽기적인 범행으로 충격을 주고있는 부천 초등생 시신 훼손·유기사건은 허술한 아동보호 체계의 현실을 또다시 보여주고 있다. 숨진 아동은 장기결석 후 시신으로 발견되기까지 4년여 간을 학교와 동 주민자치센터, 경찰의 관리 밖에 있었다. 유관기관 간 협조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못한 것이다.특히 이번 사건은 동 주민센터의 안일한 업무처리가 가장 문제가 되고 있다.숨진 A군(2012년 당시 7세)이 거주했던 경기도 부천 심곡2동 주민자치센터는 'A군의 거주지를 파악해달라'는 교육당국의 요청을 받고도 이를 묵살한 것으로 부천시 감사결과 드러났다. 주민센터는 2012년 6월 1일 해당 학교로부터 공문을 접수해 담당자, 중간관리자, 동장 순서로 결재를 했다. 하지만 이후 후속조치는 전혀 없었다.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주민센터는 보호자에게 학생을 학교에 출석시키도록 독촉해야 하고, 독촉을 2회 이상 해도 결석 상태가 계속되는 경우 그 경과를 교육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도 주민센터는 관련법에 따라 주민센터에 부여된 의무 사항을 전혀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이 과정에서 교육당국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A군이 다녔던 초등학교는 주민센터에 A군의 거주 파악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고도 주민센터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그 결과를 확인하지 않았다. 주민센터가 손 놓고 있다면 계속 재촉했어야 했다.학교 측은 무단결석한 A군의 집에 출석 독려장을 보내고 담임교사가 직접 집을 찾아가는 노력은 했을지 모르지만 주민센터와의 공조에는 실패했다.이 때문에 교육당국과 동 주민센터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A군의 행적을 확인했더라면 죽음을 막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최소한 A군이 아버지의 학대에서 벗어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기회라도 얻지 않았을까.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장기결석 아동의 소재 파악, 안전 확인이 책임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법령과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튼튼한 제도나 장치를 만들어도 각각이 책임감도 없고 유관기관간 협력체계가 무력화된다면 있으나 마나하다. 매번 시스템의 '강화'만을 강조할 게 아니라 적어도 공무원들에게 주어진 책무를 다하는게 더 중요하다.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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