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어제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는 가계와 기업의 총체적 부채 리스크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이는 저성장과 금리인상의 복합충격이 가해질 경우 부채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저성장 등 세계경제의 먹구름이 밀려드는 상황인 만큼 새 경제팀은 부채 뇌관을 미리 제거해 경제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빚은 지난 9월 말 현재 1166조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0.3% 증가했다. 이에 따라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43%로 3월 말에 비해 5%포인트 상승했다. 이 때문에 가계는 처분가능소득의 41.4%(2분기 기준)를 빚갚는 데 쓰고 있다. 소득 중 원리금 상환비율이 40%를 넘는 한계가구가 금융부채를 보유한 전체 1085만 가구의 14%(2014년 기준)인 152만 가구에 이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가계의 소비지출 여력은 상당 수준 고갈됐다. 기업 부채 또한 사정이 매우 심각하다. 외부감사대상 기업 중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을 겪을 수 있는 위험기업 비중은 올 상반기 15.9%로 2009년 21.2%보다 하락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가진 위험부채가 전체 기업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 상반기 21.2%로 2009년의 16.9%보다 크게 상승했다. 유동성 위험기업은 이자보상비율과 유동성 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으로 한계기업(좀비기업)이 여기에 속한다. 시한폭탄과 같은 좀비기업은 외부 감사 대상 기업의 10곳 중 1곳으로 불어나 정상적인 기업에 가야할 자산을 소모하고 있는 실정이다.최근의 가계부채 문제는 정부가 부동산경기 부양을 위해 금융완화 정책을 편 탓이 크다. 금융회사 또한 기업 신용평가와 자산건전성 관리를 관대하게 해 부실기업이 빚을 계속 늘리며 연명할 수 있도록 한 측면이 강한 만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은은 급격한 경기둔화와 금리상승 등 복합충격이 발생하면 기업의 일시적 유동성 부족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의 대외건전성이 양호하다지만 신흥국 불안이 전이될 위험도 적지 않은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가계ㆍ기업 부채 폭탄이 터지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해법을 찾기란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고통스러워도 부채위험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가계대출의 고정금리 전환을 촉진하는 등 증가세를 억제하고 좀비 기업의 정리도 속도를 내야 한다. 경고음이 울릴 때 폭탄의 뇌관을 제거하는 것이 위기를 미리 차단하는 첩경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