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3, 4세는 왜 면세점으로 가나

시장 고속 성장…경영시험대에 연착륙 기회실적으로 경영능력 입증해야 할 3, 4세들에게 최적의 데뷔무대中·日 공세 + 경쟁 심화로 리스크도 부각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박서원 두산 유통전략담당 전무, 김동선 한화 면세점 태스크포스(TF) 과장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재계 3, 4세들이 면세시장을 무대로 약진하고 있다. 수조원 매출이 전망되는 성장사업인 만큼 경영시험대에 연착륙하는 수순으로 인식되는 추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신세계, 두산, 한화 등 대기업의 오너가(家) 3, 4세들이 최근 그룹 면세사업의 핵심 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서원 두산 유통전략담당 전무, 김동선 한화 면세점 태스크포스(TF) 과장이 대표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최근 관련 시장이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3조8000억원 수준이던 국내 면세시장 규모는 지난해 8조3077억원를 기록하며 6년만에 두 배 이상 뛰었다. 장기불황과 내수부진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안정적인 실적으로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할 3, 4세들에게는 최적의 데뷔무대인 셈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경우 올 한해 면세사업을 진두지휘하며 경영자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굳힌 대표적 인물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사태로 중국인관광객 입국자수가 급감하자 중국 현지 관계자들을 찾아 협력을 호소했고, 7월 신규면세점 심사 때에는 실무자들을 찾아 "잘되면 여러분 덕, 안되면 제 탓"이라는 발언을 해 여론의 호응을 얻었다. 관세청이나 인천공항공사 등 면세 사업자를 결정하는 주무기관에 그룹의 진출 의지를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7월과 11월 면세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오너일가가 전면에 나섰던 호텔신라, 신세계, 두산 등이 특허를 획득했다는 사실은 이 같은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국내외 시장에서의 '홍보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22일 갤러리아면세점 오픈 간담회를 통해 그룹 3세 가운데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나선 김동선 과장은 이날 자리의 의미를 묻는 기자들에게 "홍보도구로 보시면 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실제로 승마선수이기도 한 그는 선수로서의 인지도를 활용해 해외 유명 브랜드의 담당자들을 만나고, 갤러리아면세점 입점을 설득하는 역할을 하고 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후계자로서 자연스럽게 해외 인맥을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장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해외 브랜드 및 정·재계 인사들과 스킨십하며 인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다만 최근 면세시장을 둘러싼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의 공세와 내부 경쟁 심화 등 안팎의 변화는 리스크로 꼽힌다. 3, 4세를 앞세워 사업을 확장시키는 시점에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재계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기대 이상으로 급증하면서 국내 면세시장이 한 순간에 성장했다"면서 "이 정상세를 활용해 안정적인 후계구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앞으로의 면세시장이 이제까지처럼 순항할지는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불확실성이 잠재하고 있는 만큼 각 오히려 후계자들의 경영능력이 혹독하게 검증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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