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IT] 2시간·3000원 투자해서 뚝딱…긴장해라, 대한민국 게임업계

기자가 제작한 두더지 모바일 게임

프로그래밍 못해도 게임 만드는 시대안하늘 기자의 두더지 게임 제작기기존엔 기획·디자인·프로그래머 필요유니티 등 엔진 쓰면 코딩 몰라도 OK완성작, 폰·PC·VR용으로 저장 가능[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2011년 출시된 모바일 게임 '템플런'은 전 세계에서 2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단 3명의 개발자가 6개월 만에 만든 이 게임은 1억달러(약 1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3명중 2명은 애니메이터 출신으로 '템플런' 개발 전 한 번도 코딩(프로그램 언어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업)을 해본 적이 없었다. 게임 제작을 도와주는 게임 엔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게임 엔진은 게임을 구동시키는데 필요한 핵심요소들을 담은 소프트웨어다. 현재 유니티, 언리얼, 하복 등 다양한 게임 엔진이 시중에 나와 있다. 프로그래밍과는 거리가 먼 기자도 모바일 게임 제작에 도전했다. 기존에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서 기획자, 디자이너, 프로그래머가 필요했지만 엔진만 있으면 혼자서도 제작 가능하다. 이 중 유니티는 사용이 간편해 가장 널리 쓰이는 게임 엔진이다. 게임 개발에 필요한 1만5000여개의 각종 요소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유니티 에셋스토어'가 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부분만 내려 받아 붙여 넣는 방식으로도 게임을 만들 수 있다. 기자는 두더지가 튀어나오면 때려서 잡는 방식의 게임을 기획했다. 여기에 필요한 두더지 애니메이션은 에셋스토어에서 3000원을 주고 다운로드 받았다. 게임 진행은 크게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두더지가 밖에 나와 두리번거리다 이용자가 터치를 하면 맞고 기절하고, 터치를 못하면 숨는 방식이다.

개발 과정을 선으로 연결해 보여줘 직관적이다.

다운로드 받은 애니메이션들을 게임 내 제작 창에 삽입하면 준비는 끝이다. 여기에 각기 상황에 맞는 조건 값을 넣고 연결해주면 된다. '두더지가 나왔을 때 터치가 되면 죽는다', '터치가 되지 않으면 두더지가 숨는다' 등의 조건을 삽입했다. 여기에서는 간단한 코딩 작업이 필요했다. 또 두더지에 충돌체와 스피커를 부착했다. 터치가 이뤄졌을 때 이를 인식하는 기능과 소리를 내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는 프로그램 내 자체 기능을 통해 추가할 수 있다. 게임이 재미있으려면 '의외성'이 필요하다. 이에 두더지가 나오는 속도를 0.1~2초 사이 무작위로 나오게 설정했다. 완성된 두더지를 아홉 마리를 배치하니 '진짜 게임'처럼 보였다. 여기에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창을 삽입했다. 이 역시 프로그램 내 메뉴를 통해 추가하면 된다. 두더지를 잡았을 때만 점수가 올라가도록 설정, 게임 개발을 끝냈다. 빌드세팅 창에서는 안드로이드, iOS, PC 등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다. 가상현실(VR) 게임으로도 저장 가능하다.

구글 플레이 개발자 페이지에서 게임 APK 파일과 게임 설명, 사진 등을 입력하면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게임을 탑재할 수 있다.

이를 구글 플레이에 등록하려면 우선 구글에 애플리케이션(앱) 생산자로 계정 등록을 해야 한다. 해외 결제 가능한 카드를 통해 25달러를 지불하면 된다. 파일을 업로드 한 이후 제목, 설명, 스크린샷(게임 사진) 등을 추가하고 콘텐츠 등급 창에서 게임 등급을 부여받는다. 게임 배포 방식에서 유ㆍ무료를 결정하고 배포 대상 국가를 설정하면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게임이 등록된다. 단 한 번도 코딩을 해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개발을 하다 보니 간단한 게임이었음에도 두 시간 정도 걸렸다. 중간에 코딩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에셋스토어에서 받은 요소들과 엔진 내부 기능으로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해결했다. 코딩보다는 게임이 어떻게 진행될 지 기획을 하는 것이 더 어렵다. 모든 과정에 하나하나 조건을 부여하고 순서에 맞게 연결해야 한다. 하지만 과정을 입력할 때마다 결과물을 바로 확인해볼 수 있어 그나마 수월했다. 또 각 과정을 선으로 연결할 수 있어 직관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간단한 프로그래밍 지식과 기획력만 있다면 충분히 단기간에 모바일 게임을 제작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진행한 '유니티 워크샵 유나이트 2015' 행사에서는 비(非)전문가 100여명이 다섯 시간동안 모바일 게임을 함께 개발하기도 했다. 아이들을 위한 게임을 직접 개발하려는 부모들도 참여했다. 유니티 관계자는 "과거에는 기획자가 게임 기획을 하고 이를 프로그래머와 애니메이터가 각각 작업을 진행했는데 엔진을 통해 이 과정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다"며 "팔, 다리, 몸통을 각기 조합하면 새로운 장난감을 만드는 레고처럼 에셋스토어를 활용해 코딩을 몰라도 게임 개발이 가능하다"고 했다.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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