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봉제업서 DDP까지 외국인 관광명소로 우뚝…서대문, 청년문화 기반 복합문화공간으로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파란불도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사람들/물샐틈 없는 인파로 가득찬/ 땀냄새 가득한 거리여/어느새 정든 추억의 거리여/희미한 백열등 밑으로/어느새 물든 노을의 거리여 <천지인, 청계천8가(1993)>#막혀버린 가슴에 구멍이 나도록/소리질러 보자고/움직일 수 없는 삶에 틈이 생기도록/흔들어 보자고/정신없이 했던 일에 차질 생기도록/좀 쉬었다 가자고 <DP Sound, 합정과 신촌사이(2012)>서울을 대표하는 동대문과 서대문(신촌ㆍ홍대) 상권을 묘사하는 노래들이다. 이들 두 곳은 서울시민 뿐 아니라 매해 1000만 외국인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이기도 하다.두 상권은 노래의 분위기처럼 판이한 특징을 갖는다. 우위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찾는 이들의 특징이나 분위기, 판매상품 등에서 차이가 있다. 의류상품 제작ㆍ유통이 한 곳에서 이뤄지는 곳이 외국인이 몰리는 '패션메카' 동대문이라면, 키치(Kitsch)적 청년문화로 상징되는 '청춘메카' 신촌ㆍ홍대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해 3월에 개관한 동대문 DDP 외관 모습
◆'패션메카' 동대문 100년史= 서울의 동ㆍ서를 대표하는 두 상권의 특징이 차별화된 원인은 역사적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저렴한 노동력이 밀집한 동대문에 전후(戰後) 노동집약적 의류ㆍ봉제산업이 발달하고, 연세대ㆍ홍익대 등 여러 대학이 밀집한 신촌ㆍ홍대에 청년문화가 자리잡은 것은 필연적 결과였다.우선 동대문 상권이 한국의 대표적 패션메카로 자리잡게 된 계기는 '한국전쟁(1950~1953)'이었다. 성저십리(城底十里ㆍ한양도성 밖 10리에 해당하는 지역)에 해당하는 동대문은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 까지 주로 양곡ㆍ식료품을 파는 평범한 시장이었다.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청계천 일대에 피난민들이 몰리면서 봉제업 등이 번성하기 시작했다. 구호물자ㆍ미군복을 가공해 팔던 동대문은 평화시장(1962), 통일시장ㆍ동화시장ㆍ성동상가(1969)가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의류상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경제발전ㆍ민주화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1990년 이후 동대문은 국내 대표적 패션상권으로 자리잡았다. 편리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는 현대적 시설을 갖춘 아트플라자(1991)가 등장하면서다. 이어 디자이너클럽(1994), 거평프레야(1996), 밀리오레(1998), 두산타워(1999)가 등장하면서 동대문은 경쟁자였던 남대문시장을 꺾었다. 2000년~2010년대에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동대문에 외국인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특히 옛 동대문운동장이 철거된 자리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ㆍ2013)가 들어서고, 인근에 롯데피트인(2013) 등 쇼핑몰이 새로 문을 열기 시작하면서다.
◆민주화 이후 X세대의 등장…서대문 30년史=반면 신촌ㆍ홍대 상권이 성장은 민주화 이후 '청년문화'의 등장을 모태로 한다. 민주화라는 거대담론이 대학가를 휩쓸던 1980년대와 달리, 1990년대는 소위 X세대(1968년을 전후로 태어난 세대) 문화가 자리잡던 시기였다. 이들은 포크(Fork) 음악이나 민중가요를 즐기던 이전세대와 달리, '미제국주의의 노래'로 폄하돼던 록(Rock) 음악을 즐기며 자유분방한 연애를 즐기는 세대였다.이들의 문화적 욕구는 연세대ㆍ서강대ㆍ이화여대ㆍ홍익대 등 주요대학이 밀집한 신촌에서 극적으로 분출됐다. 록카페 '스페이스', '우드스탁' 등이 성업하기 시작했고, 각종 주점이나 상가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지난 2013년 큰 인기를 얻었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신촌을 극중 배경으로 삼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외환위기를 전ㆍ후로 한 시기부터는 홍대ㆍ합정이 본격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예술분야가 특화된 홍익대가 자리하고 있는 만큼 키치적인 비주류 문화가 널리 통용됐다. 홍대 거리에는 '버스킹(Buskingㆍ길거리공연)'은 물론 새로음 음악사조를 지향하는 밴드ㆍ음악인이 몰려들었다. 1999년 홍대에 자리잡은 댄스클럽 '엔비(nb)'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2000년대 들어 홍대 상권은 합정동, 인근 상수동 까지도 확장되는 추세다.◆쇼핑특구 '동대문' vs 복합문화지구 '서대문'=이렇게 다른 성장배경을 가지고 태어난 만큼 동대문과 신촌ㆍ홍대 상권은 판이하다. 동대문 상권의 경우 전통의 광장시장을 비롯, 평화시장 등 의류도매상가와 의류쇼핑몰이 집중돼 있다. 신촌ㆍ홍대 상권은 '복합문화공간'의 성격이 짙다. 동대문 처럼 하나의 업종이 모여 상권을 이룬 것이 아니라, 음식점, 주점, 옷가게, 카페, 클럽 등 다양한 볼거리ㆍ즐길거리가 산재돼 있다. 금기용 서울연구원 글로벌관광연구센터장은 "동대문은 의류쇼핑에 촛점이 맞춰진 상권이어서, 관광객도 구매목적으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신촌ㆍ홍대를 찾는 관광객들은 먹고, 즐기고, 구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속성자체가 다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이 때문에 두 상권에 몰리는 유동인구에도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의류상가인 동대문의 경우 중ㆍ장년 외국인 관광객들이 집중되고 있는 반면, 복합문화지구인 신촌ㆍ홍대에는 2030세대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금 센터장은 "신촌ㆍ홍대는 상권 특성상 외국인 중ㆍ장년층 관광객이 찾을 만한 여지가 많지 않다"며 "반대로 동대문의 경우 쇼핑몰이 집중돼 있어 간단한 선물 등을 구매하려는 중ㆍ장년층 관광객의 방문이 잦다"고 설명했다.◆새 먹거리 찾는 동ㆍ서대문, 타깃은 '외국인관광객'=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 장기불황이 이어지며 동ㆍ서대문 모두 '새 먹거리'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타깃은 외국인관광객이다. 아직까지는 DDP 등 랜드마크가 자리해 있고, 패션상품으로 특성화 된 관광지인 동대문이 우세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4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관광객의 49.8%는 동대문시장을 방문한 것으로 조사돼 명동(62.4%)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동대문시장은 '한국 여행에서 좋았던 방문지'에서도 2위(20.6%)를 기록했다. 그러나 신촌ㆍ홍대 상권의 성장세도 만만찮다. 신촌ㆍ홍대 역시 같은 조사에서 24%가 방문해 전체 순위 6위를 기록했다. 한국 여행에서 좋았던 방문지에서도 5위(12%)에 올랐다. 동대문처럼 대규모 쇼핑센터나 랜드마크가 없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도 적극적인 외국인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홍대가 위치한 마포구는 10월27일부터 지난달 4일까지 '제1회 마포 공연예술관광 페스티벌'을 열었다. 홍대입구의 할로윈거리에서 예술퍼레이드를 벌이고, 홍대의 '클럽데이', '버스킹' 등을 묶어낸 행사다. 신촌이 위치한 서대문구 역시 이전에 비해 성장세가 더딘 신촌부흥을 위해 '차없는 거리' 제도를 도입하는 등 관광객 유치에 방점을 찍고 있다.
사회부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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