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기자
한 취업박람회에서 취업희망자들이 이력서를 쓰고 있다[기사의 내용과 무관함]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지난해 자신이 원하는 대기업 신입사원 채용에 응시, 최종면접까지 갔다가 낙방한 취업준비생(취준생) 이모씨(27)는 올해도 다시 문을 두드렸지만 쓴잔을 마셨다. 1년간 와신상담하며 필기와 적합성검사, 면접 등의 준비를 거쳐 자신감은 넘쳤다. 면접도 잘 치렀다고 생각했지만 돌아온 건 불합격 통지였다.탈락의 이유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지만 이씨는 재지원이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원에 앞서 회사 인사담당자에 "재지원시 불이익이 있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불이익은 없다"는 답변을 들었지만 여전히 께름칙하다.기업들은 채용시 재지원자를 파악하고 있으며 일부 불이익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인사담당자 5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2.7%는 '채용 시 재지원자를 파악한다'고 말했다. 재지원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이 49.7%로 절반에 이르렀지만 부정적 의견도 30.9%나 됐다. 재지원자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는 소신과 의지,개선에 대한 기대 등이 꼽혔고 절반 가량은 실제 재지원자를 최종 합격시킨 사례가 있다고 했다.부정적이라고 답한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탈락시켰던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 '대체로 탈락 사유가 개선되지 않아서'가 42.6%가 주를 이루었다. 재지원자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기업 중 절반은 '결격사유를 까다롭게 재검증'한다고 답해 사실상 불이익을 주고 있다.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그러나 "회사의 채용계획이 매년, 상하반기 다르기 때문에 수천 수만명에 달하는 재지원자 모두를 별도로 거르고 분류하는 업무자체가 의미가 없어지는 추세"라면서 "인성이나 인생관, 직업관 등에서 큰 결함이 발생해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은 이상 지원했다고 탈락시킨다거나 걸러내지 않는다"고 말했다.특히 올해부터는 서류반환제도가 또 다른 복병이다. 채용절차법에 따르면 기업은 구직자가 반환을 요구하면 14일 이내에 입사지원 서류를 돌려줘야 한다. 이는 각종 서류 발급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올해 1월 도입됐다. 제도 시행에 따라 지원자는 대학 성적증명서, 졸업증명서, 토익 성적표 원본 등을 돌려받아 재활용할 수 있게 된다. 반환 청구 기간은 채용 여부 확정일로부터 14∼180일로, 기업이 정할 수 있다. 기업은 반환 과정에 대해 지원자에게 충실하게 안내할 의무가 있으며 반환 청구기간까지는 서류를 보관하고 이 기간이 지나면 서류를 파기해야 한다. 우선 적용 대상은 상시 근로자 300명 이상인 사업장이며 300명 미만인 사업장은 규모에 따라 내년부터 차례로 적용된다. 이를 위반할 때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삼성, 현대차, LG 등 일부대기업을 중심으로 채용 서류 반환을 위한 안내를 하고는 있지만, 구직자를 비롯해 기업의 인사 담당자조차 관련 내용을 잘 모르고 있다. 더구나 서류반환요청을 할 경우 오히려 불이익을 주는 곳도 있다. 사람인 조사를 보면 응답업체 10곳 중 6곳은 서류반환을 요청한 응시자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 불이익의 방법으로는 10곳 중 8곳이 탈락시킨다고 답했고 나머지는 감점 등 불이익을 준다고 했다.기업들이 채용서류반환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것은 이 제도 때문에 자신(인사담당자)들의 업무가 늘어나고 실효성도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