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의무휴업일 지정 등 영업제한 정당…대형마트 손 들어준 원심 파기환송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지방자치단체가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지정하고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것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경제 규제는 행정 영역의 재량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 최초의 판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대법관 김창석)는 19일 대형마트 6개사가 서울 동대문구와 성동구를 상대로 낸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대형마트는 롯데쇼핑㈜, ㈜에브리데이리테일, ㈜주식회사 이마트, ㈜지에스리테일, 홈플러스㈜, 홈플러스테스코㈜ 등 6곳이다. 동대문구청과 성동구청은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조례 제정을 통해 2012년 11월 원고들이 운영하는 대규모 점포 등에 공통적으로 오전 0시부터 8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는 처분을 했다.
대법원
대형마트들은 지자체의 이러한 처분이 부당하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대형마트 측은 영업제한 등으로 골목상권 중소상인을 보호하고 중소유통업과의 상생발전을 이루는 장점이 있더라도 영업의 자유 제한, 소비자의 선택권 침해 등 문제점이 더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1심은 대형마트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각 처분으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의 중요성과 공익달성의 필요성을 고려할 때 영업시간 제한 등이 원고들의 사익을 지나치게 침해하여 현저하게 재량을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대형마트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2심 재판부는 처분 대상이 된 점포들이 '대형마트'로 등록은 돼 있지만 법령상 대형마트의 요건은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점원의 도움 없이 소비자에게 소매하는 점포의 집단’이라는 대형마트의 요건에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 판단대로라면 코스트코 등 외국의 대형마트와 달리 국내 대형마트들은 대부분 점원들이 곳곳에 상주하며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법령상 대형마트의 요건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심 재판부는 대형마트의 임대매장은 영업제한 등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임대매장 운영자에게 사전통지를 하지 않는 절차상 위법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대규모점포에서 점원이 구매편의를 도모하기 위하여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행위들에 비추어, 이 사건 대규모점포가 ‘점원의 도움 없이’ 소비자에게 소매하는 점포의 집단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재판부 논리를 조목조목 비판하며 파기환송했다. 우선 대법원은 한국형 대형마트를 법에 규정한 대형마트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이 사건 처분의 대상인 대규모 점포가 대형마트로 등록된 이상, 개별 점포(용역제공 장소 포함)의 실질을 따질 것 없이 처분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임대업주에 대한 의견청취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대규모 점포 전체의 유지·관리 책임을 지는 대규모 점포 개설자만이 처분대상이 되고 임대매장 업주는 처분 상대방이 아니다"라면서 "처분대상이 아닌 임대매장 업주에 대해 의견청취 등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지자체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입법 경위 등에 비춰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은 중대할 뿐 아니라 이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도 큰 반면 이 사건 처분의 내용상 이로 인해 원고들의 영업의 자유나 소비자의 선택권 등 본질적 내용이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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