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기자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시장 환경이 어려워지면 공격적이기보다는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보수적인 투자전략이라고해서 그저 앉아서 투자환경이 나아지길 기다리고만 있으라는 뜻은 아니다. 시장 상황만 살펴보며 지나치게 수동적인 자세로 일관하다가는 하락장세 속에서 기회를 전혀 찾지 못하고 허송세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쟁터에서도 본진을 사수하는 수성전략은 언제나 필요하지만 역시 계속 가만히 수성만 하라는 전략은 없다. 삼국지에서는 화북의 패자 자리를 놓고 원소(元宵)와 격돌했던 공손찬(公孫瓚)이 아무런 대안없이 무기한 방어전략을 펴다가 패망한 장수로 유명하다. 공손찬은 후한 말기 요서(遼西)지역 사람으로 원소가 세력을 일으키기 전에 북쪽 변방에서 오환족과 싸우며 세력을 키운 전형적인 군벌이었다. 하북의 백마장군으로 불리던 그는 원소와 화북을 놓고 국지전을 이어가다가 자신이 점차 불리해지자 10중 성벽으로 둘러쌓인 요새인 역경루(易京樓)란 성을 짓고 300만석의 양곡을 준비해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역경루에 자신의 모든 전력을 쏟아부은 공손찬은 그 안에 들어가 300만석의 양곡을 다 먹고나면 천하정세가 달라질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아예 외부와 연락까지 끊어버렸다. 원소는 역경루를 8년간 공격했으나 도무지 함락시킬 수가 없자 화의와 협력을 제안하기도했으나 공손찬은 이를 거절하고 계속 농성에만 들어갔다. 사실 농성을 풀고 나가 싸울 기회가 여러번 있었고 성 밖에서 옛 부하장수들이 힘을 모아 적군을 공격하기도했지만 어떠한 위험도 짊어지려하지 않았던 공손찬은 그저 성에서 버텼다. 이에 부하들도 그의 이런 태도에 실망해 떠나기 시작하면서 공손찬의 세력은 급격히 약화되기 시작했다. 결국 서기 199년, 원소군은 8년간 역경루 성벽 밑에 거대한 땅굴을 파는데 성공한 뒤 땅굴을 무너뜨려 10중 성벽이 일시에 무너졌고 공손찬은 역경루 최상층에서 가족들과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특별한 대안없이 방어에만 치중하다가 세력 전체가 패망한 것이다. 리스크를 안지 못하면 아예 시작조차 할 수 없는 주식시장에서는 무기한 농성전략이 더욱 위험하다. "비명소리에 사서 환호소리에 판다"는 격언처럼 하락장세에서 오히려 활발하게 대안투자처를 찾을 필요가 있다. 김진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식시장 상황에 맞춰 포트폴리오 차원에서는 보수적 대응자세를 이어간다고 해도 종목별 모멘텀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일단 3분기 실적발표가 마무리되면서 향후 이익성장세가 확보된 대형주 중심, 환율변동성 민감도가 낮은 종목을 중심으로 저가매수 시기를 저울질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