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이 검정교과서 탓이라고요?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헬조선'의 이유를 왜 역사교과서에서 찾죠?"30대 초반의 남성이 서울의 한 도서관 앞에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현재의 교과서는 좌파일색으로 균형에 큰 문제가 있다"며 "일부 청년층은 우리나라를 '헬조선'이라고 부르는 것은 부정적인 역사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는 소식을 떠올린 것이다.교육부는 최근 페이스북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홍보 웹툰을 올렸다. 웹툰은 좌편향 역사교과서로 교육받은 학생들이 우리 역사에서 패배주의를 익혀 대한민국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역사교과서를 본 학생들이 '부끄러운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떠나고 싶어', '이 나라에 태어난 것이 싫다'고 생각하는 그림도 실렸다.정부와 여당은 최근 유행하는 '헬조선'이란 용어가 역사교육의 패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 보고 있는 셈이다. '헬조선'은 헬(Hell·지옥)과 조선의 합성어로 20~30대가 한국에서의 삶이 지옥처럼 고통스럽고 희망이 없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단기간에 산업화ㆍ근대화 등을 이뤄낸 자랑스런 역사가 아닌 '좌파일색' 역사 속 부정적 측면이 강조된 교육을 받아 한국 사회를 비관적으로 본다는 것이다.그러나 과연 그럴까? 헬조선이란 용어가 나온 사회적 배경은 따로 있다. 청년들이 '헬조선'을 외치는 건 당장 먹고 살기 힘든 한국 사회를 풍자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사실 명문 4년제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쉽지 않다. 겨우 일자리를 얻어도 결혼 자금은 모이지 않고, 출산과 육아는 꿈도 못꾼다. 과거에서 패배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기에 험악한 용어가 대중적으로 쓰이는 셈이다.역사학자와 시민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국정화와 관련된 사안에서만큼 귀를 꼭 막고 있는 교육부의 행동도 헬조선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볼 일이다.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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