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주택을 바라보는 시각은 복잡하게 뒤엉켜 있다. 집을 바라보는 태도가 사는(buying) 것이 아닌 사는(living) 곳으로 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서민들은 '내 집을 마련할 것인가'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처지다.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월세로 속속 전환되고 있어서다. 집을 사겠다고 결정하더라도 고민은 남는다. 집을 산다면 가격이 하락해 애물단지가 되지는 않을 것인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대출을 받는다면 가계를 어떻게 꾸려 나갈 것인지, 보유에 따른 세금이나 유지관리비는 얼마나 될지 등도 부수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세입자를 들이는 것은 다른 고민의 한 축이다. 일반 제조물과는 차원이 다른 상품으로서 2000만 채에 근접해가는 주택시장에서 파급돼 나오는 경제적, 사회적 효과는 쉽게 예단하기 힘들 정도다. 그렇다면 정말 지금이 집을 사기에 적합한 때인가. 상반기부터 폭발적인 거래가 이뤄지며 시장은 들떠있다. 분양시장도 비수기를 잊은 채 열기가 뜨겁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집을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내 총 자산의 3분의2가 부동산에 묶여 있고 미국의 금리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에서 소득수준이나 가계 자산규모를 철저히 따져보고 매매에 나서는 것이 현명하다. 저금리를 기반으로 대출금이 급증한 후 금융당국은 사상 최저금리를 서서히 높이려 하고 있고 내년부터는 원금 상환에 거치기간을 두지 않도록 했다. 대출받아 집을 산다면 원리금 부담이 커지게 된다는 의미다. 아시아경제는 '10년 후 주택시장 진단'을 해보기로 했다. 쉽지 않은 주제다. 사실 내년 주택시장도 예측하기도 어려운데 10년 후를 예측한다고 나선 것은 무모한 일이다. 앞으로 10년이면, 정권이 두 번 바뀌고 난 이후다. 그동안 어떤 변수가 생겨나 시장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조차 머리를 흔든다. 하지만 좀더 진지하게 미래를 예측해보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깊다. 현재의 시장을 꼼꼼하게 짚어보면서 미래를 생각해보고, 그런 시각으로 주택에 대한 시각을 가져보자는 취지다. 10년 후 주택시장으로 들어가본다. ①집값, 오를까? vs 내릴까?인구 줄어도 1·2인 가구 늘어…실제 구입가격은 오를 수도 올 상반기 전국에서 아파트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대구와 부산이다. 대구와 부산은 지난 9월말 기준 3.3㎡당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1000만원을 넘었다. 청약경쟁률도 월등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규 분양시장에서 대구와 부산의 청약경쟁률은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주목할 것은 공교롭게도 두 지역 모두 인구가 감소한 지역이라는 점이다.집값 추락론자들의 논리 근거는 인구 감소다. 인구가 줄면서 주택수요가 줄고, 그로 인해 집값이 추락한다는 논리다. 많은 사람들이 이 논리에 기대 시장을 해석하고 예측하는 경향이 있다. 10년 후라는 장기 시장전망을 할 때는 이런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그렇다면 최근 몇년 간 나타난 현상은 어떤가.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대구와 부산은 지난 몇년 간 인구가 줄었지만 집값이 올랐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지목했다. 실제로 통계청의 '장래인구(가구) 추계'에 따르면 부산 인구는 지난 2011년 345만6612명에서 올해 340만69명으로 4만6543명이 줄었다.대구 인구는 같은 기간 247만2712명에서 245만4733명으로 1만7979명 감소했다. 그런데 대구와 부산은 이 기간 전국에서 집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이상과열이라고 지적하는 경우도 많지만 시장여건이 바뀌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 근거에는 소득수준 향상과 가구수 증가가 있다.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구가 줄지는 몰라도 앞으로 가구수는 늘어날 것"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주택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 주택가격도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10년 뒤 경제위기 상황이 아니라면 가격(명목가격)은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올해 우리나라 전체 가구수는 1870여만. 장래인구(가구) 추계를 보면 2025년에는 2093만여가구에 달한다. 지금보다 223만가구(12%) 늘어난다. 1인 가구수는 150만(29.6%), 2인가구도 426만 로 지금보다 108만가구(34.1%)가 각각 증가한다. 급속한 고령화로 65세 이상 가구수는 올해 385만에서 617만으로 232만가구(60.2%)가 늘어난다.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감소하고, 4인 이상 가구수도 줄지만 1~2인 가구가 증가로 주택수요는 꾸준할 전망이다.10년 뒤 인구는 5197만여명으로 올해(5061만여명)보다 135만명(2.7%) 증가한다. 65세이상 노년층이 1040만2400명으로 올해(665만4000명)보다 무려 374만8500명(56.3%) 는다. 반면 생산가능인구는 3490만여명으로 올해(3695만여명)보다 오히려 205만명(-5.6%)이 줄어든다.이 같은 변화에 따라 소형주택의 약진, 주택시장의 선명한 양극화 등 여러 현상이 나타나겠지만 이것이 반드시 집값 하락을 가져올 요인이라고만 보기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인호 KDI 연구위원은 지난 5월 '주택시장의 추세적 요인 분석' 연구보고서를 통해 "고령화 효과가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 주택가격이 연평균 1~2%씩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시장은 예민했지만 이내 정상 사이클을 되찾았다. 10월 현재까지 집값 오름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송 연구위원의 가격하락 예측은 '실질가격(명목가격-물가상승률)'이지 '명목가격'이 아니다. 그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연 2.5%로 지속되면 실질가격은 연평균 1~2% 정도 하락하겠지만 명목가격은 연평균 0.4%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어쨌거나 실제 구입가격(명목가격)은 오른다는 말이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중요한 것은 실물경기와 구매력"이라면서 "경기상황에 따라 장기 변수와 중단기 변수를 구분해 수급을 조절하면 주택가격 하락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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