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와 함께 크게 늘어난 '좀비기업'이 한국경제의 위협요소로 떠올랐다. 좀비기업이란 정상 경영활동으로는 이자나 원금을 갚지 못하고 빚으로 간신히 연명하는 부실기업을 말한다. 방치할 경우 한국경제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노동ㆍ공공 등 4대 개혁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정부 여당은 좀비기업 정리에도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영업이익으로 짊어진 빚의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 좀비기업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LG경제연구원은 어제 비금융 상장사 628개사 중 좀비기업 비중은 2010년 24.7%에서 올해 1분기 34.9%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은행도 이자보상배율(이익에 대한 이자 비율)이 3년 연속 1 미만에 머문 '한계기업'이 2009년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의 12.8%에서 지난해 말 15.2%로 급증했다고 경고했다. 특히 대기업의 한계기업 비중이 2009년 9.3%에서 지난해 14.8%로 빠르게 증가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원칙대로 하자면 이런 기업은 문을 닫는 게 맞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금융사들에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말라"는 말로 금융사들의 좀비기업 정리를 막았다. 박근혜정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구조조정을 맡은 국책은행 산업은행은 한계기업을 적기에 정리하지 못해 130개 자회사를 보유한 '부실기업 지원센터'로 전락했다. 이처럼 미온적인 구조조정 정책 결과 조선과 해운, 건설 등 장기불황에 빠진 업종에서 좀비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에서야 금융당국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금융당국은 채권은행에 엄정한 신용평가를 독려하고 부실채권 관리회사인 유암코를 통해 시장 중심의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가계빚보다 기업부채가 더 위협적이며 부실기업의 부채가 은행부실, 국가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옥석 가리기에 나선 것이다. 좀비기업 정리는 생산적이지 않은 부분으로 흘러가는 자금을 생산적인 부분이나 일시 어려운 기업으로 돌려 기업과 산업 전체의 활력을 높이는 첩경으로 잠재성장력을 확충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길이다. 좀비기업들이 지역 경제 타격을 우려하는 정치권과 손잡고 강력하게 저항할 수도 있으나 구조조정이 지연된다면 우리 경제가 장래에 부담해야 할 짐은 더욱 더 커진다는 점을 정부와 금융당국, 채권단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 없이는 한국 경제의 미래도 없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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