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란 속담이 있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여러 사공이 저마다 제 식대로 배를 몰려고 하다 보면 결국 배가 바다로 못 가고 산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다. 사실 잔잔한 바닷가를 평온하게 지나고 있다면 사공이 많이 탄 배라도 대부분은 큰 잡음없이 운항할 거다. 문제는 거친 파도가 몰아 칠 때다. 위기 해법을 놓고 각자의 생각이 다르다보니 '훈수'를 두려는 사공이 많아 질 수 밖에 없는데 이것이 항로 이탈로 이어지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최근 잇따르는 한국은행법 개정안 발의를 보면 이 속담처럼 되지 않겠냔 걱정이 든다. 올해 들어 이달 12일까지 발의된 한은법은 총 5건이다. 이는 작년 1년 동안 발의된 한은법(3건)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특히 한은법이 지난 65년간 단 9차례밖에 고쳐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은법 관련 의원입법이 올해 들어 유난히 활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장기 불황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한은의 통화정책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많아졌고 이것이 다시 한은법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의원 입법이 늘어난 것이다.내용도 광범위하다. 한은이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교육을 활성화하는 법안부터 한은의 유사명칭 사용금지 규정을 폐지하자는 법안도 나왔다. 최근엔 금융통화위원의 수와 임기에 손대자는 의원입법은 물론 한은 정책목표에 '물가안정'과 상충되는 '고용'을 추가하자는 법안까지 등장했다.국회가 한은법의 개정을 통해 경제 회복을 견인해 보겠다는 나선 취지는 좋다. 하지만 최근 의원 입법은 보여주기 식으로 펼쳐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따져보자. 현재 경제교육을 주요 사업으로 실시 중인 한은에 경제교육의 의무 책무를 입법화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명칭 위반사례가 없다는 이유서 한은 명칭 사용금지 규정을 폐지한다면. 그렇다면 반대로 명칭이 악용될 경우 한은의 신뢰도 저하 문제는 따져봤는가. 고용안정 책무의 추가도 마찬가지다. 고용안정 관련 입법만 하더라도 한은이 이를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무엇일까. 통화정책으로 고용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면 금리를 낮춰 성장률을 높이라는 주문으로 해석하면 되는 것일까. 결국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금리인하 주문과 같은 것일까. 경제에는 '골든타임'이 있다고 한다. 가뜩이나 지금은 중국이 기습적으로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를 단행해 글로벌 환율 전쟁이 불붙은 상황이다. 이런 때 통화정책의 핵심 기관인 한은이 산인지 바다인지 모르고 끌려다니고 있다는 얘기가 나와서 되겠는가. 통화정책을 놓고 한은과 정책당국, 국회가 소모적인 논쟁을 펼치기 보다는 경제위기의 화를 입는 일이 없도록 단단한 대비를 하는 게 더 시급하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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