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내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 일본 지분률 99% 넘어지배구조도 일본식 고스란히 녹아 있어…일본지분 많다고 무조건적인 비판은 경계해야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롯데는 한국기업입니다. 95%의 매출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3일 귀국한 직후 단호한 어조로 롯데가 한국기업임을 강조했다.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조성된 '롯데=일본기업'이라는 부정적 여론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신 회장의 발언과 달리 롯데그룹은 철저하게 일본식 모델을 표방하고 있다. 정식 사업자 등록증을 받고 영업과 납세를 하는 '육체'는 한국에 있지만 지배구조와 기업문화, 리더십의 '정신'은 일본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두 얼굴의 롯데라는 비난을 잠재우기 위해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 한ㆍ일 롯데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5일 호텔롯데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사격인 호텔롯데의 일본 기업 지분율은 99%를 넘는다. 정작 총수일가의 지분은 없다. 최상위 계열사를 동일인(재벌 총수)이 지배하는 다른 재벌기업과 구조가 다르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19.07%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80.21%는 일본 롯데계열 L투자회사가 지녔다. 국내주주는 부산롯데호텔 0.55%, 자사주 0.17%에 불과하다. 배당금의 99%도 일본주주에게 넘어간다. 지난해 255억원의 배당금 중 254억원이 일본으로 넘어갔다. 한국에서 돈 벌어 일본에 준다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배경이다. 이같은 국적논란은 태생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 롯데그룹은 일본에서 시작됐다. 창업자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서 먼저 일군 기업이기에 정체성이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1967년 정부가 재일동포의 모국 투자 유치를 추진하면서 롯데는 제과를 시작으로 한국에서 사업을 처음 시작했다. 신 총괄회장은 수십년간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셔틀경영을 했다. 지배구조도 일본식이 고스란히 베여있다. 현재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것은 광윤사와 일본 롯데홀딩스다. 두 곳 모두 비상장사다. 누가 얼마의 지분을 갖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특히 신격호 개인 회사로 알려진 광윤사는 더욱 깜깜이다. 일본은 아무리 큰 기업도 상장하지 않으면 기업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없다. 비상장 구멍가게(페이퍼컴퍼니)가 한일 롯데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복잡한 순환출자고리도 국내 다른 기업들과 사뭇 다르다.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 80개간 순환출자 고리는 416개로 소유-지배 관계가 서로 엉켜있다.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의 순환출자고리가 10개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확실한 차이가 있다. 기업문화도 일본식에 가깝다. 신 총괄회장은 보수적인데다 가족경영을 중시하는 일본식 경영스타일을 고수해왔다. 형제간 비슷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점도 신 총괄회장의 '분리가 아닌 함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신조 때문이다. 롯데 오너일가의 대화는 모두 일본어로 통한다. 지난 30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공개한 신 총괄회장의 지시서에 서명은 그의 일본이름인 시게미쓰 다케오로 돼있다. 이어 공개한 육성도 모두 일본어였다. 신동빈 회장의 이름도 일본이름인 아키오로 불렸다. 신 전 부회장이 여론전을 위해 진행한 인터뷰도 100% 일본어였다. 전일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 사장단 37명이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는 긴급 회의를 연 것도 일본식 문화에 가깝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에서 혈육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을 당시 계열사 사장단이 충성맹세를 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기업의 전통적인 주군경영(主君經營) 모습의 단편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롯데그룹에 대한 국적논란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경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은 "국내 기업 중 외국 투자지분이 높은 곳들이 많기 때문에 지배회사가 일본기업이라고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자유경제체제이기 때문에 그로 인해 배척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가족이 지닌 소수 지분에 의해 회사가 지배되는 후진적인 경영형태를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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