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돈기자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네이처리퍼블릭 월드점. 월세로 2억5000만원을 낸다.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적어도 하루에 3000명 이상이 발을 디디는 땅이 있다. 단순히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은 최소 몇 분간 머물며 상당수는 지갑을 연다. 주말엔 더 북적인다. 5000명가량이 이 땅을 밟는다. 이곳은 전국에서 땅값이 가장 비싸다는 서울 중구 명동에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노른자위 땅으로 꼽힌다. 바로 충무로1가 24-2 일대다. '네이처리퍼블릭'이란 화장품점이 입주해 있는 곳이다. 화장품 회사는 이 매장에서만 월 12억~15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월세 2억5000만원을 내고도 많이 남는다고 한다. 땅이 몸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22일 비가 슬며시 내리기 시작한 오후. 대한민국 최고의 금싸라기 땅에 자리를 잡고 있는 네이처리퍼블릭 월드점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여파에 비교적 한산한 듯 보였다. 매장 관계자는 메르스가 발생하기 전에는 주말은 물론 평일까지 시기에 상관없이 사람들로 매장 전체가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귀띔했다. 로션과 마스크 팩, 립스틱 등 각종 화장품들이 들어찬 바구니를 든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169.3㎡ 규모의 이 땅에는 건물 전면을 사철나무로 꾸민 총 5층짜리 빌딩이 서 있다. 이 건물은 현재 네이처리퍼블릭이 보증금 50억원에 월세 조건으로 통째로 빌려 쓴다. 3층만 음반 판매점에 재임대하고 1ㆍ2층은 화장품 가게, 4ㆍ5층은 사무실로 활용한다. 네이처리퍼블릭은 2009년부터 이 건물에 세 들어 살기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보증금 35억원에 월 1억4500만원을 냈었다. 2012년 재계약 때 보증금과 월세가 모두 크게 올랐다. 계약 만료 시기는 비공개다. 이곳은 명동에서 월평균 최고 매출 매장이자 최고 임대료 매장으로 입점 경쟁이 치열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명동에 총 9개의 매장이 있는데 월드점의 월 매출이 메르스 사태 이전 기준 12억~15억원 수준으로 최고"라며 "영업이익률을 밝힐 순 없지만 비싼 보증금과 월세를 내고도 이익이 상당하다"고 말했다.몸값이 비싼 이유는 바로 입지. 지하철 4호선 명동역 6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보이는 이곳은 명동에서도 유동인구가 가장 많다는 명동8길(중앙로)과 연접해있다. 명동을 찾은 사람의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셈이다.네이처리퍼블릭 땅은 2015년도 공시지가 기준 1㎡당 8070만원. 이대로 거래된다면 전국에서 가장 싼 진도의 가사도리 땅(1㎡당 86원) 93만8372㎡를 살 수 있다. 야구로 치면 월드시리즈 MVP급이다. 주변 땅값도 역시 높다. 공시지가 상위 2~10위 모두 명동과 그 주변에 있는 화장품, 의류, 보석 등의 매장 자리들이 차지하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과 대각선에 위치한 충무로2가의 '로이드'가 임대한 땅이 7978만원, 충무로1가의 가방판매점 'DEC.32ND' 매장 자리가 7966만원으로 뒤를 잇는다. 양용화 외환은행 PB센터 부동산팀장은 "이곳은 명동에서도 A급 상권으로 꼽히는 지역으로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돼 있다"며 "자칫하면 높은 임대료 탓에 수익이 나지 않을 수도 있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전국에서 땅값이 비싼 곳에 있는 매장이라는 상징적 의미도 상당하다"며 "실제 매출뿐만 아니라 계량화하기 힘든 광고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2004년부터 12년째 가장 비싼 공시지가로 유명한 이 땅의 실제 거래가격은 알 수 없다. 1999년 주모씨가 땅을 매입한 이후 한 번도 손 바뀜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씨가 이 땅을 소유한 16년간 공시지가는 1㎡당 2150만원에서 8070만원으로 275.4% 폭등했다. 땅값이 무섭게 뛰면서 임대료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