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민기자
이처럼 라이벌은 '1 vs 1' 사람 간의 경쟁이 아니라 그 개념이 '국가 vs 국가' 혹은 '1 vs 다수'로 확장되기도 한다. 일례로 세계 최연소 입단, 한국 최초의 9단인 바둑기사 조훈현 9단은 중국의 녜웨이핑, 마샤오춘 모두의 라이벌이었다. 한국바둑과 중국바둑의 세대간 라이벌 구도는 이후 '이창호 9단 vs 마샤오춘 - 창하오 - 구리'로 이어져 세계 팬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어떤 이에게는 '000의 라이벌'이라 불리는 것 만으로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리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라이벌로 불린다는 것은 결국 그와 대등한 위치에 있다고 인정받는 셈이기 때문이다.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라이벌로 자기 자신을 꼽았지만 세상은 항상 그를 누군가와 비교하며 라이벌을 만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주인 빌 게이츠와, 소프트웨어 안드로이드를 만든 구글의 에릭 슈미트,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 모두 그의 라이벌로 불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라이벌은 그의 아버지 이건희 회장, 정몽구 회장일수도 있다. 지금의 이 부회장, 정 부회장은 삼성과 현대차를 글로벌 기업으로 이끈 아버지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아버지가 이뤄놓은 성과들을 유지하는 동시에 더 성장시켜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버지가 그들에게 최대 라이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국내 IT계의 라이벌로는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은 서울대학교 86학번 동창이자 삼성 SDS 입사 동기로 돈독한 우정을 쌓았지만 네이버와 다음이라는 포털 라이벌과 각각 손을 잡으면서 강력한 라이벌로 뒤바꼈다. 지금은 카카오톡과 라인으로 대변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라인페이와 카카오페이, 라인 택시와 카카오 택시 등 오프라인과 연계한 택시 사업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서 경쟁하고 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