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개정안 거부와 대통령 격앙발언에 여의도도 거칠어졌다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와 정치권을 강도높게 비판한 25일 국무회의 발언을 계기로 청와대와 국회간의 갈등이 깊어질 위기에 놓였다. 국회 '때문에' 국정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박 대통령의 비판에 대해 국회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역할을 다했다는 항변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대표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대국민 담화문까지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의 이유를 밝히며 "국회법 개정안으로 행정업무마저 마비시키는 것은 국가의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국회가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국가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의 설명은 달랐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헌법과 어긋나는 법률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처럼, 법률 취지에 맞지 않는 시행령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며 "시행령 수정 요구는 국민의 대표로 국회에 주어진 고유한 권한"이라고 맞받아쳤다. 강기정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국회법 개정안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제 모법을 위반하는 시행령을 포함해서 시행령 위임을 최소화하는 법률제정에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국회가 행정부에 위임입법을 통해 권한을 넘겼는데 행정부가 이를 자의적으로 악용함에 따라 행정부에 위임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활성화법이 처리되지 않은 것을 두고서 박 대통령은 "국회와 정치권에서 국회법 개정 이전에 당연히 민생 법안의 사활을 건 추진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묶인 것들부터 서둘러 해결되는 것을 보고 비통한 마음마저 든다"고 비판했다. 국회 '때문에'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살리기', '일자리 만들기'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야당 등은 이같은 박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우선 경제살리기 법이 경제를 살려낼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는 "정부는 소위 '경제살리기법'이라면서 서비스산업발전법 개정으로 일자리 45만개, 국제의료산업지원법으로 6만개,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으로 3만개 등 6개 법에 총 66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하는데 그 근거를 제출하라고 하니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과거 정부에서 공정거래법의 주요 원칙을 포기하며 밀어붙인 외국인거래촉진법을 들어 '경제살리기법'의 효과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정부는 2012년 처리당시에 1만3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했지만 실제는 179개 만들어진것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박 대통령은 그동안의 여야간의 연계처리 법안을 열거한 뒤 "국회가 꼭 필요한 법안을 당리당략으로 묶어놓고 있으면서 본인들이 추구하는 당략적인 것을 빅딜을 하고 통과시키는 난센스적인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간의 빅딜식 법안처리 관행에 대한 총체적 비판이다. 하지만 협상의 축을 담당하고 있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여당 원내대표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지적은 야당의 동의 없이 법안 처리가 불가능한 현실을 고려할 때 여야간의 합의 또는 야당의 양해를 얻을 수 있는 사안만 처리할 수 있는 현실을 무시한 것이란 항변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박 대통령은 연계처리식 법안 처리에 대해 문제를 삼고 있지만 예산안 법정기한내 처리, 사라진 국회내 폭력 등 긍정적 측면을 간과했다는 것으로도 불 수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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