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뉴스]‘1901년 대가뭄’ 한반도 다시 덮치나

<B>☞ [짜장] (1) '과연 정말로'라는 뜻의 순우리말 (2) 춘장을 볶은 중국풍 소스.짜장뉴스는 각종 인터넷 이슈의 막전막후를 짜장면처럼 맛있게 비벼 내놓겠습니다. 과연? 정말로?</B>“고금에 어찌 올해와 같은 한재(旱災)가 있었겠는가? 각도(各道)에 가뭄과 비의 정도가 같지 않은데 비가 내려 어느 정도 수확을 기대할 만한 곳이 간혹 있지만 애당초 이앙(移秧)하지 못한 데가 많아서 들판이 황무지로 되었고 경색(景色)이 스산하여 어디라 할 것 없이 흉년이 들 것이 이미 명백하여졌다. 아직 가을도 되기 전인데 백성들이 굶주림을 당할 걱정을 하고 떠돌며 먹을 것을 바라는 참상은 듣기에 더없이 참혹하다.”

1901년 9월 29일(양력) 고종이 가뭄 피해를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라는 조령을 내리면서 한 말입니다. (조선왕조실록 sillok.history.go.kr)변희룡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1901년에 한반도의 가뭄이 극심했다며 조선왕조실록의 통계를 인용했습니다. 변 교수는 “그해 서울의 연간 강수량이 1척8촌5분(370㎜)에 불과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지난 30년간 연평균 강수량 1385㎜의 27% 수준입니다. 124년 전의 역사 이야기가 아닙니다. 변 교수는 한반도 가뭄의 긴 주기가 124년이라고 경고했습니다. 1901년의 124년 후는 2025년입니다. 그는 3년 전인 2012년 6월 ‘중앙SUNDAY’ 인터뷰에서 “과거 우리나라 강수량을 추적해보면 6년, 38년, 124년 주기로 가뭄이 나타났다”며 “이를 토대로 볼 때 올해 가뭄이 시작돼 2015년을 거쳐 2025년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변 교수의 예측은 한 해 넘겨 지난해 부분적으로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장마철에 강수량이 부족했고 올해 들어 가뭄이 심해졌지요. 올해 들어 지난 2일까지 서울과 경기ㆍ강원 지역 누적강수량이 평년 대비 57%에 그쳤다고 최근 기상청은 밝혔습니다. 서울ㆍ경기 강수량은 142.6㎜로 평년 대비 55% 수준으로 1873년 관측 이래 최저 4위입니다. 특히 강원도는 올해 강수량이 133.8㎜로 평년에 비해 41%에 불과합니다. 1973년 관측 이래 최저 3위를 기록했죠. 전국 누적강수량은 274.0㎜로 평년 303.4㎜의 84% 수준이고요. 올해 들어 지금까지 비가 덜 내린 것은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분석됐습니다. 앞으로가 더 문제입니다. 태평양 연안 지역 기후에 영향을 주는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장마가 늦춰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엘니뇨는 하와이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북태평양 고기압을 약하게 하고 그렇게 되면 장마전선이 한반도 쪽으로 밀려오지 못합니다. 장마전선은 무더운 북태평양고기압과 차가운 오호츠크해고기압이 만나면서 형성됩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올 여름 북반구에 엘니뇨가 지속될 확률을 90%로 관측했습니다.기상청은 예년에 중부지방에서 24~25일을 전후해 시작되던 장마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근 “이달에는 맑고 건조한 날이 이어져 평년보다 기온이 높은 가운데 중부지방의 가뭄이 이어지겠다"고 내다봤습니다. 변 교수는 올해와 1901년이 두 주기의 단계가 일치한다고 경고합니다. 그는 최근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서 “올해는 38년 주기에 딱 들어가 있고 124년마다 오는 극대 가뭄이 시작하는 위치에 있다”고 말했습다. 올해는 38년 주기의 정점이라 가장 가물게 되는 때이며 124년 주기가 시작되는 시기라는 점에서 1901년과 겹친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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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교수의 이론에서 역설적인 부분은 38년 가뭄 주기의 정점 이후 홍수가 온다는 것입니다. 그는 “가뭄 끝에 홍수가 온다”고 말했습니다. 이전 38년 주기의 정점인 1977년 다음해인 1978년에 홍수가 났다고 예를 들었죠. 이는 엘니뇨로 인해 더 강력한 태풍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설명과도 통합니다. 한 가지 의문은 124년 주기가 ‘정점’이 아니라 ‘시작’되는 시기에 왜 가뭄이 극심해지느냐는 대목입니다. 변 교수의 ‘주기 이론’은 검증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는 “올해 가뭄이 해갈되기는 어렵고 내년 가서 내년 장마 들어올 때 폭우로 와서 홍수지면서 끝날 것 같다”고 예상했습니다. 이 예상의 적중 여부를 떠나 가뭄이 최악이 될 상황과 강력한 태풍이 올 가능성에 미리 대비해둬야겠습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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