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가 키운 메르스… '신종플루 대응' 복사판

지난주 어?어? 하는 사이, 메르스 환자 벌써 18명… 질병만 돌면 '우왕좌왕病'정부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 지연진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을 계기로 정부의 위기관리 대응능력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사스, 신종플루 등 신종 전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안이한 초기 대응으로 국민의 불안감을 키우는 후진적인 방역체계가 근본적으로 수정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위기관리 능력은 정부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연이은 뒷북…초기 진압 실패= 1일 보건당국은 메르스 감염자가 추가로 3명이 발생해 환자 수가 모두 18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달 20일 첫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와 같은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거나 가족인 2차 감염자로 아직 3차 감염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알려진 메르스의 잠복기(15일)를 감안할 때 산술적으로 3일 이후 추가 환자가 발생한다면 3차 감염자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지금까지 상황을 돌이켜보면 보건당국의 초기 미숙한 대응의 연속이 사태를 키웠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메르스는 그간 치사율이 40%에 이를 정도로 높지만 전염력은 약한 질병으로 알려졌었다. 보건당국이 최초 확진환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들에게 자가 격리 조치한 이유다. 하지만 실환자는 연일 증가하고 같은 병실을 쓰지 않은 사람에게도 감염자가 나타났다. 보건당국의 '1차 오판'이었다. 접촉자 선별 작업도 느슨했다. 연이은 환자 발생에 뒤늦게 재조사에 들어갔고, 그제서야 무더기로 추가 환자가 확인됐다. 확진 환자 가족이 중국으로 건너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전수 조사 체제로 전환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개미 한 마리도 지나가지 못하도록 돕겠다"고 공언했지만, '3차 감염' 환자가 나오지 않기를 학수고대하는 처지에 몰렸다. 국가지정 격리병상 대상으로 이동하는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초기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도 했다.  실제로 최초 확진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입원해있던 아버지를 간병했던 환자(46)가 증상을 호소하며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옮겨줄 것을 요청했지만 발열 수준이 기준에 못 미친다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도 했다. ◆비상사태마다 엉성한 대응 되풀이= 메르스 사태가 국민들의 공포감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신종플루 등 과거 이상 전염병 발발 당시 보건당국의 갈팡질팡했던 모습이 오버랩되고 있기 때문. 보건당국은 중국발 사스가 대유행한 2003년 10월에야 국립보건원과 전국 13개 검역소를 통합하고 인력과 예산도 대폭 보강한 '질병관리본부'를 출범시켰다. 전 세계적으로 사스가 대유행했지만 국내 유입이 없었던 것에 대해 감염내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운이 좋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2009년 신종플루 국내 첫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발병 이후 확진 판정이 늦어져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친 것으로 드러나 보건당국과 일선 의료기관 대응체계에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실제 당시 숨졌던 환자는 태국에서 귀국한 뒤 사흘이 지나 증상을 호소했지만 일주일이 지나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가 처음 찾았던 의료기관에서는 호흡기 증상이 없다며 특별한 조치 없이 귀가시켜 화를 자초했다. 전문가들은 2003년 사스 대유행 당시 운좋게 합격점을 받았던 검역체계가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손애리 삼육대병원 보건관리학과 교수는 "사스에 대한 보건당국의 대응은 전 세계에서 모범사례로 꼽힐 정도로 훌륭했다"며 "그러다 보니 당시 검역체계만 믿고 안이하게 대처한 측면이 많았고 의사나 의료진까지 메르스 확진을 받는 등 환자 급증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center><div class="slide_frame"><input type="hidden" id="slideIframeId" value="2015060117024414000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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