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의 경제학 '황금알을 낳는 신비주의'

스폰서 하나 없이 단 1주일 매출이 무려 1억1500만달러에 순이익 2900만 달러 창출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이 개최하는 마스터스는 '신비주의'를 동력으로 스폰서 없이 단 1주일 만에 2900만 달러의 순이익을 창출한다.<br />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매출 1억1500만 달러(1255억2000만원)에 순이익이 무려 2900만 달러(316억5000만원).미국 골프다이제스트가 분석한 '주식회사 마스터스'의 성적표다.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9일 밤(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파72ㆍ7435야드)에서 대장정에 돌입한 올 시즌 첫 메이저 마스터스(총상금 900만 달러)는 아예 스폰서가 없다는 점이 더욱 아이러니다. 동력이 바로 아무나 나올 수 없고, 아무나 볼 수 없는 '신비주의'다.▲ 1주일에 317억원 흑자?= 마스터스는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이 1934년 창설했다. 매년 코스가 바뀌는 다른 메이저와 달리 한 곳에서 열리는 이유다. '비상업주의'를 표방해 스폰서가 없지만 그래도 돈은 넘쳐난다. 최종일 결산을 해보고 결정하는 총상금(지난해는 900만 달러였다)을 지급하고, 경비를 풍족하게 다 써도 2900만 달러가 남는다. 주 수입원은 입장권과 식음료, 기념품 판매, TV중계료 등이다.입장권 판매만 3475만 달러(379억3000만원)에 육박한다. 마스터스의 갤러리, 이른바 '패트론(Patron)' 4만명이 구입하는 325달러짜리 배지 값이 1300만달러, 월요일에서 수요일까지의 65달러짜리 연습라운드 관전 티켓 15만명분 975만 달러, 1주일에 6000~7500달러 하는 '버크먼스 플레이스'라는 VIP 관람시설 수입 1200만 달러 등이다. 1997년 100달러짜리 배지 4만개 등 600만 달러의 수입은 18년이 지나면서 6배가 늘어났다. 식음료와 기념품 판매도 만만치 않다. 연인원 31만 명의 패트론이 평균 25달러씩만 쓴다고 계산해도 775만 달러다. 오거스타내셔널은 물론 폭리를 취하지 않는다. 클럽샌드위치나 맥주, 감자칩 등은 6.5달러, 피망치즈 샌드위치는 1.5달러에 불과하다. 기념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패트론 대부분이 선물을 확보하기 위해 월요일부터 프로숍에 인산인해를 이루고 4750만 달러어치를 구매한다.올해 TV중계권료는 2500만 달러다. 전문가들은 "마음만 먹으면 10배가 넘는 1억달러의 중계료를 받을 수도 있다"는 평가다. 오거스타내셔널은 그러나 광고료 인상 대신 너저분한 광고를 배제하는 쪽을 선택했다. IBM 등 극소수의 기업만 선정해 1시간에 최대 4분만 허용한다. 시청자들 역시 광고에 시달리지 말고 마스터스에만 집중하라는 이야기다. ▲ 마케팅 동력은 '신비주의'= 선수들은 적어도 세계랭킹 50위는 진입해야 출전할 수 있다. 플레이 자체를 영광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갤러리 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표는 당연히 없고, 일반인들은 결국 암표상을 찾아야 한다. 해마다 골프장 입구의 워싱턴로드에 '티켓 구함'이라는 팻말을 든, 속칭 '삐끼'들이 도열하는 까닭이다. 325달러짜리 배지가 경매사이트에서는 8일 현재 5750달러에 팔렸다. 암시장에서는 1만 달러까지 호가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의 접대용 티켓만으로도 수요가 넘친다.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미국의 500대 기업 CEO 가운데 절반 이상이 오거스타를 방문한다는 통계가 있다. 마스터스 관전이 전부는 아니다. 기업인들은 1주일 내내 여는 파티를 통해 시시각각 '빅 딜'을 성사시킨다. 마스터스 경제효과가 전 세계로 파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다. 인구 20만명에 불과한 소도시 오거스타는 마스터스 주간을 '13월'로 부른다. 지역 주민보다 많은 20만명이상의 관광객이 몰려들어 방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주민들은 이 기간 집을 빌려주고 멀리 여행을 떠난다. 식당에는 고가의 '마스터스 메뉴판'이 따로 있고, 인근 골프장 그린피도 "부르는 게 값"이다. 오거스타내셔널과 코스 구성이 흡사하다는 세이즈밸리는 '짝퉁 효과'까지 톡톡히 누린다.오거스타내셔널의 남다른 '고집'은 때로는 불협화음을 일으키기도 했다. 여성단체들이 2003년과 2004년 여성의 입회를 불허하는 정책을 비판하며 주관방송사 CBS에 광고하는 기업들에 대해 대대적인 불매운동을 벌인 적이 있다. 오거스타내셔널은 그러나 중계권료를 받지 않는 대신 광고 없이 방송하는 초강경책으로 응수했다. 상업성을 배제한 마케팅이 오히려 무소불위의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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