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설계]'서서히 끓는 비커의 청개구리'와 은퇴이후 자산관리

박원주 행복가정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비커의 청개구리'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차가운 물에 들어 있는 개구리에게 불을 세게 가하면 변한 물의 온도에 놀라서 개구리는 뛰쳐나간다. 약한 불로 서서히 가열하면 어떨까? 그 변화를 즉각적으로 인지하지 못해 그 안에서 그냥 자기도 모르게 편안하게 익혀(?) 죽는다고 한다.그런데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고 한다. 서서히 불을 가해도 적정수준 이상의 온도가 되면 뜨거워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간다고 한다. 문제는 비커의 높이다. 뛰쳐나갈 수 있는 정도의 높이라면 서서히 온도가 변해 못 견디겠다 싶으면 뛰쳐나가면 된다. 그러나 넘지 못할 정도의 높이라면 어떨까? 무척 힘들어하다 결국은 죽고 말 것이다.'시나브로' 변화의 무서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다. 우리에게 닥쳐오는 시나브로 변화는 못 견디겠다 싶으면 뛰쳐나갈 수 있을 정도의 높이일까? 그렇지 않을까?점점 변화의 높이가 높아져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그 변화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예전 방식대로 생활하다간 큰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 영속 가능한 튼튼한 가정경제를 위해서 지혜로운 가정재무관리가 필요하고, 저금리 기조 속 재무목표 달성을 위한 건강한 투자를 생각해야 할 때란 이야기다. 무엇보다도 은퇴 이후의 삶을 생각하고 이를 위한 생활방식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고령화 사회, 은퇴 이후 자산관리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보통 은퇴 이전을 적립의 시기, 그 이후를 인출의 시기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다. 그러나 이런 이분법적인 생각이 앞으로의 변화된 삶에서도 통할까?은퇴 이후 3,40여년을 자산의 인출시기만으로 생각한다면 그 이전 시기 은퇴 후의 삶을 위한 적립의 양은 훨씬 더 많아야 하고 자산 증가속도는 훨씬 더 빨라야 한다. 금융자산에 비해 압도적으로 그 비중이 높은 부동산 자산은 금융자산으로 조금씩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예전보다 저축률은 떨어지고, 한국 가계 금융자산 중 주식투자비중은 20%가 채 안 된다.은퇴 이후에도 소득창출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 소득 중 일부는 더 이후의 은퇴기간을 위해 적립해야 할 이유, 은퇴 이후의 자산관리가 안전금융자산으로만 구성 되어져서는 안 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은퇴 이후 자산관리는 이런 부분을 반드시 고려하자.첫째, 자산의 연금화이다. 덩어리 자산은 관리대상 자산이다. 관리대상 자산이기에 급변하는 경제, 금융환경 아래서 이를 늘리고 지키는 데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투여될 가능성이 높다. 또 언젠가는 고갈될 위험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은퇴 이후 자산은 매월 현금흐름을 발생시키는 자산으로 관리하는 것이 좋다. 둘째,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나누고 분산ㆍ관리해야 한다. 예기치 않은 의료비 지출 등 비상시 언제라도 인출하여 사용할 수 있는 비상자금은 별도로 관리해야 함은 물론 은퇴 기간을 특성 별로 분리해(활동기, 수축기, 간병기 등) 시기별 특성에 맞게 관리해야 한다. 셋째, 세금관리가 중요하다. 거의 모든 소득에는 세금이 부가된다. 연금소득도 예외는 아니다. 사적연금 수령액이 연 1200만원이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하여 종합 과세해야 한다. 은퇴 이후 세금은 그 자체만으로 고정지출이 될 수 있지만 건강보험료 등 다른 고정지출을 유발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글=박원주 행복가정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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