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000억원 더 징수 계획했지만 패소해 되레 돌려주는 금액 늘어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오종탁 기자] 박근혜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를 실행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 세운 과징금 징수 확대 방침이 무위로 돌아가고 있다. 정부가 부과한 과징금을 소송에서 패해 되돌려주는 금액이 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공정거래위원회가 걷은 과징금과 관련한 소송에서 전체 과징금 중 99%를 돌려주도록 하는 판결이 나왔다. 정부 과징금 중 대부분은 공정위가 걷는다. 이런 추세라면 과징금을 많이 걷어도 재정에 쓸 돈은 남지 않게 된다. 박근혜 정부의 과징금 정책은 증세 없이 공약을 이행한다는 측면에서 마련됐다. 정부는 2013년 5월 ‘공약가계부’를 발표하고 2017년까지 5년 동안 재원 5000억원을 과징금 확대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연평균 1000억원을 추가로 부과ㆍ징수해 5년간 모두 5000억원을 조달한다는 방안이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공정위는 5월 ‘하도급법 위반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에 관한 고시’를 개정했다. 또 6월에는 과징금 실질부과율을 올리는 쪽으로 고시를 고쳤다. 공정위는 2005년 이후 담합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과징금 규모를 늘렸다. 공정위의 과징금 확대 징수 방안은 기존에 연간 5000억원 정도 징수하던 금액을 6000억원으로 늘리겠다는 것이었다. 과징금 확대 징수 방침은 올해 들어 법원에서 잇달아 제동이 걸렸다. 공정위가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 중 올해 들어 대법원ㆍ고등법원 확정판결로 취소된 금액은 2576억원에 달했다. 이는 올해 들어 판결이 난 사건에 부과된 전체 과징금 2601억원의 99%에 이른다. 건수로는 8건에 대해 공정위가 5건 승소ㆍ일부승소하고 3건 패소했다. 패소한 3건의 과징금 규모가 절대적으로 컸다. 공정위가 돌려줘야 하는 과징금 2576억원 중 99%는 주유소 담합과 관련해 공정위가 2011년 SKㆍ현대오일뱅크ㆍ에쓰오일에 부과한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달 “담합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과징금 취소 판결을 내렸다. 공정위가 소송에서 패해 취소된 과징금은 2010년 417억원, 2011년 423억원, 2012년 111억원, 2013년 111억원으로 감소하다 지난해 1479억원으로 늘었다. 연도별 공정위의 과징금 패소액의 부과액 대비 비율은 2010년 17%, 2011년 18%, 2012년 8%, 2013년 5%로 떨어지다가 지난해 21%로 높아졌다. 공정위가 의욕을 보이기 전에 부과한 과징금에 대해서도 패소하는 상황이어서 과징금을 더 걷는다는 계획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과징금 소송에서 패소하는 비율이 높아진다면 과징금을 더 걷는 게 아니라 과거에 징수한 금액을 돌려주는 액수가 더 커질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패소율이 높아진 데 대해 “과징금을 무리하게 부과해서 졌다기보다는 기업들이 과거보다 더 소송으로 가는 추세인 데다 공정위가 (기업 소송을 대리하는 로펌에 비해) 법원에서 논리 대응과 입증하는 부분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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