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포럼] R&D 혁신, 다름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하자

오현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책기획실장

'연구개발(R&D) 혁신'이 다시 화두다. 경제혁신을 위해서는 기술혁신이 필요하다는 당위론이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세계 1위에 비해 성과는 저조하다는 비판의 관점에서도 R&D 혁신에 대한 요구와 필요성은 높기만 하다. R&D 혁신에는 오래된 딜레마가 있다. 혁신에 대한 요구는 연구자의 경우 R&D 시스템 효율화에 있는 데 비해 국민, 국회 등 외부는 더 나은 성과를 요구한다. 반면 혁신을 위한 방법의 선택은 과학기술계 내부는 성과제고를 위한 효과성을 강조하고 외부는 중복제거, 연구비 투명성 등 효율성에 집중하고 있다. R&D는 어느 분야보다도 이해관계자가 많다. 혁신주체는 크게 산ㆍ학ㆍ연ㆍ관으로 분류된다. 산(産)은 대ㆍ중견ㆍ중소기업ㆍ창업기업ㆍ성숙기업 등으로, 학(學)은 신진ㆍ중견ㆍ리더급 연구자와 수도권ㆍ지방ㆍ특성화 대학 등으로, 연(硏)은 공공(연)ㆍ민간(연)으로, 관(官)은 관리부처와 집행부처ㆍ중앙부처ㆍ지방자치단체 등이 있다. 연구대상은 더 다양하다. 다양한 기술분야에 다시 기초, 응용, 개발연구 등으로 구분된다. 이들이 모두 다른 이해와 요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R&D 혁신의 딜레마를 풀 수 있는 해답은 무엇일까. 다양한 해법이 있을 수 있겠으나 필자는 '다름'에 대한 이해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남녀의 차이를 명확하게 인식할 때 진정한 사랑을 이룰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준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R&D 혁신도 혁신주체 간의 다름을 인식할 때 진정한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 R&D 성과의 사업화 과정을 보면 '다름'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우선 연구자는 연구에 매진해 우수한 연구성과를 기업에 이전한다. 기업은 이전받은 기술을 상용화하려니 보완해야 할 것이 많다. 기업은 연구자에게 상용화 기술개발까지 지원해 주길 바란다. 그렇지만 연구자는 우수한 연구 성과를 상용화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할 뿐 본인이 하고 싶은 또 다른 연구에 매진한다. 이것이 당연한 그들의 이해와 요구다. 이러한 '다름'에서 나오는 결과는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크다. R&D 성과의 기술이전율은 2008년 22.2%에서 2012년 27.1%로 증가했지만 기술이전 건당 기술수입료는 미국의 1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대학의 기술이전율도 미국 25.4%, 일본 18.9%에 비해 우리는 16.4%의 기술만이 이전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성 간 차이를 극복하고 사랑에 골인하기 위해서 이해와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하는 커플매니저도 중요하듯이 R&D에서도 기획단계에서 기업, 즉 시장의 수요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사업성 평가와 사업화 전략을 지원하는 사업화 코디네이터가 참여해야 한다. 또한 기술거래장터 등 기술과 수요의 만남의 장을 활성화하고 사업화 초기장벽 극복을 위한 자금지원도 강화돼야 한다. 연구개발, 상용화기술개발, 시제품 제작, 시장 테스트 등 사업화 전 단계를 지원하는 사업화연계연구개발(R&BD)사업과 사업화를 목표로 하는 과제, 기업체 주관 과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대안은 물론 연구자와 기업의 요구와 입장에 근거해야 한다. 현재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R&D 혁신방안이 수립 중에 있다. 장관은 지금이 R&D 혁신의 '골든타임'이라고 하며 절박함과 자기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3차례에 걸친 토론회와 다양한 연구현장의 의견 청취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다름'에 대한 이해, 즉 혁신주체의 의견을 먼저 청취하고 이를 감안해 산학연 주체의 협력을 도모함으로써 기술개발이 사업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R&D 혁신 방안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시스템 효율화와 성과 제고는 결코 동시에 해결할 수 없는 난제(難題)가 아니다. 골든타임을 놓치기 전에 R&D 혁신의 딜레마가 극복되기를 기대해 본다. 오현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책기획실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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