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먹었다' 게시물에 첨부돼 있던 사진 / 사진=일간베스트저장소
누리꾼 울린 ‘일베 어묵’ 피의자 어머니의 진심 어린 사과문(전문)[아시아경제 온라인이슈팀] 세월호 참사에 희생된 단원고 학생을 '어묵'으로 비하하는 게시물을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에 올렸다 구속된 김모(20)씨의 어머니가 사과문을 전했다. 이 글을 읽은 누리꾼은 안타까워하며 잘못에 대한 따끔한 훈육과 새출발을 주문했다.'일베 어묵 사건'의 피의자 김씨의 어머니 조모씨는 15일 오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기자들에게 사과의 글을 전했다. 조씨는 언론사에 공개 사과문을 보내기에 앞서 안산에 있는 유가족 대표단 일부를 만나 사과했다. "사죄드린다"로 시작한 사과문에서 조씨는 자신을 "일간베스트에 세월호 유가족의 마음을 아프게 한 어묵 사진을 올린 김군의 엄마다"라고 소개했다.이어 "제 자식이 한 일인 줄 모르고 그 사진을 봤을 때 저 또한 경악을 했는데, 당사자 분들의 마음은 어떠셨을지 상상을 못하겠다"라며 "어떻게 하면 뉘우치는 진심을 보일 수 있을까 고민 또 고민하지만 방법을 모르겠다"고 적었다.조씨는 아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아이가 자라오면서 많은 힘든 일을 겪었지만 그런 것들을 핑계삼지 않겠다"라며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또 "당사자 본인이 찾아뵙지 못하는 상황에서 엄마로서 드리는 반성과 사죄가 얼마나 도움이 될 지 알수 없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기는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무턱대고 써봤다"고 사과문을 작성한 계기를 밝혔다.아울러 조씨는 "유가족 분들, 단원고 학생들, 세월호 사고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시는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라며 "자식을 잘못 키운 건 부모의 죄가 맞다. 제 부족함이 정말 크다"라고 전했다.조씨는 마지막으로 "못난 자식을 둔 못난 엄마지만 아이를 데리고 변화시키며 살아보고 싶다"며 "(아들이) 죗값을 치르면 아이가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나 저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없는지 알아보고 새롭게 태어나 열심히 살겠다"라고 썼다.복수의 기자들에게 전달돼 발표된 사과문을 본 누리꾼은 포털사이트 댓글 등을 통해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모 포털사이트에서 아이디 show****를 쓰는 누리꾼은 "담담하게 쓴 사과문에 눈물이 난다. 자식 농사 맘대로 안 되는 상황이라 너무 안타깝다"라는 댓글을, sjsj**** 누리꾼은 "나 역시 자식 가진 죄인이라 사과문에 공감가 눈물을 쏟았다. 포기 말고 꼭 새출발하시길"이라고 적었다.또 djeb**** 누리꾼은 "일베 어묵 사건 당사자의 엄마입니다라고 소개할 때 기분이 어떠셨을까. 눈물 난다"라고, ojtl**** 누리꾼은 "도의적 책임을 느끼시겠지만 20살 넘었으면 본인에게 책임지라고 하는 게 진정한 사랑이다. 어른이 되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앞서 김씨는 지난 1월26일 일베 게시판에 "친구 먹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에 단원고 교복을 입고 어묵을 먹는 사진을 올렸다. 김씨는 어묵이라는 단어를 세월호 참사 피해자를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했다.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주목을 받고 싶어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단원고 졸업생이 아니었으며, 문제의 게시물을 올리기 위해 단원고 교복을 중고로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김씨는 지난 1일 부모의 설득으로 경찰에 자진 출두했으며 9일 구속 기소됐다. 네티즌은 김씨 어머니의 글에 "어머니 마음을 깨달아 아들이 제발 뉘우치길 빈다"는 등의 메시지를 띄우고 있다.다음은 조씨가 쓴 사과문 전문이다.사죄드립니다.저는 얼마 전 일간베스트 사이트에 세월호 유가족 분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어묵 사진을 올린 김군의 엄마입니다. 제 자식이 한 일인 줄 모르고 그 사진을 보았을 때, 저 또한 경악을 했는데 당사자 분들의 마음은 어떠셨을지 상상을 못하겠습니다. 사건을 알고는 기가 막혔지만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에서 허둥대다 꽤 많은 시간을 보내버리고 말았습니다. 하루 빨리 찾아뵙고 사죄드렸어야 했는데 그런 것도 모르는 똑똑치 못한 엄마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제라도 뉘우치는 진심을 보일 수 있을까 고민 또 고민하지만 갈수록 상황은 어려워지고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자라오면서 많은 힘든 일들을 겪었지만 그런 것들을 말씀드리며 핑계 삼지 않겠습니다. 더 어려운 환경에서도 반듯하게 자라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그러나 이러한 자식을 키운 제 입장에서는 하나 하나 후회되는 일이 너무 많이 떠오릅니다. 아이 아빠와 이혼하며 서로를 비방하고 다투고 하며 어른으로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 왔고 그 후 혼자 키우면서, 하는 일도 없는 아이를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다정하게 들여다봐주지 못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아이는 항상 대화를 원했는데 저는 "그런 소리 말고 제대로 된 소리 좀 해라" 라며 소통을 막아버렸습니다. 우리의 처지를 푸념하며 마음의 부담이나 지워주기도 했습니다.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스스로가 원망스럽습니다. 부모와 사회에 반항하는 심리를 그렇게 비뚤게 표현한 아이가 처음엔 제대로 반성도 하지 않는 것 같아 더 슬프고 암담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아이가 정말 달라져서 자신이 한 행동을 뉘우치고 있습니다. 아이 면회를 갔을 때 "나가게 되면 그 분들께 다시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자"고 했더니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풀려난 상태에서 조사를 받으며 재판을 기다릴 수 있다는 구속 적부심을 신청하고 혹시라도 받아들여져 나오게 되면 아이와 함께 다시 찾아뵙고 제대로 사과를 드리고 사과문도 쓰게 하려했는데 기각이 되어 그럴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저라도 사죄를 드리자며 계속 찾아 뵈었지만 그것 또한 그분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란 게 느껴져 더 이상은 막무가내로 찾아뵐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당사자 본인이 찾아뵙지 못하는 상황에서 엄마로서 드리는 반성과 사죄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기는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이 글을 어디에 올리면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무턱대고 써봅니다.유가족 분들, 이 일로 상처가 더욱 깊어질 단원고 학생들, 그리고 세월호 사고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시는 수많은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모두 다 모여계신 자리에 가서 사죄를 드릴 수는 없을까, 그렇지 않으면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마음을 풀어 드릴 방법은 없을까, 정말 많은 생각을 하지만 어렵고 어렵습니다.이런 일로 방문하게 되었지만 유가족 분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제가 알던 사실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시고 실업급여로 버티시는 분들, 대출까지 받으며 버티시는 분들, 수많은 오해와 외면 속에서 진실을 규명하고 알리기 위해 팽목항까지 힘들게 걸으며 애쓰시는 분들, 그 분들이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시는 걸 보면서 스스로는 평소 세월호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편이라고 생각해 왔는데도 알려진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럴수록 더욱 죄송하고 죄송합니다.누군가는 '자식이 잘못한 걸 부모가 무슨 죄냐'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자식을 잘못 키운 건 부모의 죄가 맞습니다. 저의 부족함이 정말로 큽니다.탈 많은 남자 아이니 애 아빠 주지 왜 여자 혼자 키우려하냐며 차라리 혼자 살라는 주위의 말도 저에겐 비수였고 그럴수록 아이에겐 저밖에 없다는 생각에 빠져 바깥세상은 돌아보지 못하고 점점 더 개인적이 되었습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도 이렇게 야박하게 보는 세상에 혼자 아이들 거두고 키우는 것만해도 이만하면 잘하는 것 아니냐며 스스로를 위안했던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더 선하게 주위를 돌아보며 봉사하며 살겠습니다. 부모의 덕은 언젠가 자식에게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요. 잘못된 길을 걸을수록 제 탓이 아닌가 자책하게 되는 못난 자식을 둔 못난 엄마입니다만 아이 데리고 변화시키면서 살아보고 싶습니다. 사회가 건강하려면 한 가정부터 바로 되어야 한다는 걸 절감하며 진심으로 뉘우치고 헤어진 전 남편을 포함해 저희 가족 모두가 달라지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죗값을 치르면 아이가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나 저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없는지 알아보고 새롭게 태어나 열심히 살겠습니다. 건실하게 노력하는 새로운 모습이 되어 다시 찾아뵐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음 아프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제 마음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글이 되고 말았지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다시 한 번 가슴 아프셨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온라인이슈팀 issu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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