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은 어떻게 MB를 '찬양'했나

2010~2012까지 댓글 통해 정권 지지율 관리·국민여론 호도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서민을 이토록 챙긴 대통령은 박정희와 이명박뿐이다!"2010년 7월 30일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직원에 단 댓글의 일부다. 11일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의 '국정원 대선개입' 재판의 판결문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명박 정권 내내 대통령을 '찬양'하는 댓글들을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은 대선에 개입했을 뿐 아니라 정권 내내 정권 지지율을 관리하고 국민여론을 호도하는 역할을 한 셈이다. '정권찬양'의 댓글과 트위터 공작은 2010년부터 2012년 대선 직전까지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 '찬양'글은 무턱대고 이 전 대통령을 추켜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박정희가 뇌물 먹었냐? 이명박이 뇌물 먹었냐? 진정성이 느껴지는 대통령들이다!(2012.7.30. 다음 아고라)", "그러고 보면 이렇게 일 많이 한 대통령도 없는 듯. 무조건 대통령 탓, 남 탓하는 사람들 때문에 그 공이 많이 가려진 것 같다.(2012.8.28. 오늘의 유머)" 등이다.댓글들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신속하게 반박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이 각료들과 청와대 지하벙커로 불리는 국가위기관리실 상황실에 숨는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부분에 대해 "대통령이라고 굳이 멀쩡한 회의실 두고 비바람 맞으며 회의할 필요는 없는 거잖아? 우리 아무도 그렇게 안 하잖아? 제발 깔 만한 걸 까라고(2012.8.30. 오늘의 유머)"이라고 옹호하는 식이다. 국정원 심리전단은 이명박 정권의 정책 홍보에도 앞장섰다. 댓글들은 4대강, 무역 1조달러 등 정권이 성과로 홍보하는 정책들을 찬양해 마지않았다. "(연간무역규모 1조달러 달성)인정할 껀인정하자~ 솔직히 이건 우리나라 자랑(2011.12.6 네이트 뉴스) "49번째 해외순방 … 이런 건 칭찬해야!!.2012.11.20.보배드림), "연간 무역규모 1조달러 달성, MB4대강에 돈날린 거라고? 노무현 때 하천복구비 12조 날린 건 어쩔 건데?(2012.11.20,일간베스트)" 등이 이에 해당한다.국정원 직원의 '댓글 작전'은 오늘의 유머, 네이트, 다음 아고라 등 상대적으로 보수 정권에 대한 지지도가 낮고 진보 정권을 지향하는 사이트에 집중됐다. 대표적인 것이 '오늘의 유머'다. 판결문에 따르면 안보 3팀 5파트 직원들은 2012년 8월 말께 파트장의 지시에 따라 이 사이트에서 찬반클릭 활동을 시작했다. 파트장과 파트원들은 함께 시사게시판 등에서 하나의 게시글에 집중적으로 반대 클릭을 하면서 게시글이 베스트 게시판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하는 활동을 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대통령 또는 여당을 비판하는 내용, 야권 정치인을 옹호하는 내용의 게시글에 대해서는 반대 클릭을 하고, 대통령 또는 여당을 옹호하는 내용, 야권 정치인 또는 야당을 비판하는 내용의 게시글에 대해서는 추천 클릭을 하는 일관된 흐름이 발견된다"고 분석했다. 재판부는 안보3팀이 찬반클릭 1214회하고, 2125개의 댓글을 단 것을 정치ㆍ선거 개입으로 인정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에서도 비슷한 종류의 댓글 작업은 이뤄졌다. 국정원은 트윗, 리트윗을 통해 친정권적인 내용을 퍼 날랐다. 재판부는 국정원 안보5팀이 정치ㆍ선거 개입 관련 27만 4800건의 글을 트윗 또는 리트윗한 것으로 봤다. 판결문에 드러난 댓글 흔적은 모두 원 전 원장의 '지시'가 있었던 시기와 일치한다. 이는 항소심 재판부가 원 전 원장의 지시와 국정원의 조직적 활동을 인정한 근거이기도 하다. 원 전 원장은 부서장회의에서의 '원장님 지시ㆍ강조말씀' 을 통해 "대통령님과 정부정책의 진의를 적극 홍보하고 뒷받침해야(2010.1.22)", "대통령님의 외교가 국내 정세와 연결될 수 있도록 (국정)원이 더욱 역할을 다해야 한다(2010. 7. 19)"는 등 대통령과 그 정책 홍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금년에 잘 못 싸우면 우리 국정원이 없어지는 거야 여러분들 알잖아(2012.2.17)"라고 하는 등 적극적인 정치ㆍ선거개입을 독려했다. 그는 "결국은 국민들의 의식이 잘못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것에 대한 교육도 시켜야 된다.(2011. 10.21)"고 해 국민을 '관리 대상'으로 보는 왜곡된 인식도 드러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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