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북한이 남북대화 재개의 선결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대북전단 살포 중단 등에 대해 우리 정부가 태도 변화의 여지를 남겼다. 또 국내 탈북자단체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 계획을 담은 영화 '인터뷰' DVD를 북한에 살포하지 못하도록 제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12일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새로운 대북 메시지를 보낼 경우 우리 정부의 전향적 태도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이 이에 호응해 '진정성 있는 행동'을 취할 경우 남북대화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주민안전 위해 조치 필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대해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한 정부의(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주민의 안전을 위해 취할 바가 있다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직접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줄곧 지켜왔다. 류 장관의 발언이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뜻이 아니냐는 분석이 뒤따른다. 외통위는 이날 지난 6일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던 '남북 당국 상호 비방·중상 합의 이행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남북관계 개선을 훼손하고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우리 정부가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결의안은 또 "북한 당국이 대북전단 살포 민간단체에 대해 '보복조치' 등을 언급하며 위협하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시하며, 일체의 도발적 언행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대한민국 국회는 남북관계의 기초인 신뢰 형성을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상호 인정과 존중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지난 6일에는 경찰의 대북전단 살포 제지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의정부지법 민사9단독 김주완 판사는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이 국가를 상대로 낸 5000만원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강원도 철원군에서 풍선 전단을 날리려다 경찰이 제지하는 바람에 실패하자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대북전단 살포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신체가 급박하고 명백한 위험에 놓이게 된다"며 "경찰은 위험을 막기 위해 전단 살포를 제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인터뷰' DVD 살포 막을 듯=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인터뷰' DVD를 공개적으로 (북한에) 날린다고 한다면 북도 강하게 위협하고 지역 주민도 항의해 신변 안전에 대한 위협 가능성이 클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정부도 이에 맞춰 신변 안전 조치를 취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DVD를 날리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정부의 이 같은 발언은 대북전단에 대한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대북전단 살포를 강제로 막을 수 없다'는 원칙은 유지했지만, '주민안전 등을 위해 필요시 안전조치를 취한다'는 점을 열어놓은 것이다. 탈북자 출신의 박상학씨가 대표로 있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오는 20일께 미국인권단체 '인권재단'(HRF)과 함께 '인터뷰' DVD를 풍선에 매달아 북한으로 띄워 보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 단체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DVD 살포 중단을 요청하면 이를 적극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팽팽한 기싸움= 북한은 국방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흡수통일과 대북전단 살포, 한미합동군사연습에 대해 우리 정부가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박 대통령의 최근 통일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비난했다.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광복70주년을 맞아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통일시대를 열어나가고자 한다"면서 "북한은 남북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주장을 되풀이하지 말고 실질적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대화의 장으로 조속히 나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정부는 이어 "작년 12월29일과 금년 1월1일, 1월6일 등 여러 차례에 걸쳐 남북간 상호 관심사에 대해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당국간 대화를 조속히 가질 것을 제의하고 북한의 호응을 촉구해 왔다"고 지적했다.북한의 요구 가운데 우리 정부가 곧바로 실행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대북전단 살포 제지 뿐이다.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는 부분이기도 해 우리 정부가 남한 내부의 갈등을 감수하고서라도 적극적으로 제지에 나선다면 북한으로서도 만족할 수 있다. 더욱이 우리 정부는 북한에 경제적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5·24조치 해제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북한이 우리 정부의 조치에 걸맞게 움직일 지는 미지수다. 우리 정부가 대화재개를 위해 다양한 선물을 마련하고도 선뜻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북한의 진정성에 대한 회의감 때문이다. 우리가 요구한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곧바로 추진하는 등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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