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빅시리즈<7>신규수요 폭발에 집값이 들썩 혁신도시 지정후 매매가격 31% 치솟아"공공기관 이전에 전셋값 상승" 걱정도[아시아경제 특별취재팀] "청약통장을 갖고 있는 부산 사람 3명 중 1명이 청약에 나설 정도라고 하니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어요. 2000년대 중반 이후 신규 공급이 거의 끊겼고 지방 청약규제 완화, 혁신도시 신규수요 증가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이런 분위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부산 대연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서 만난 공인중개사는 최근 '대연 롯데캐슬 레전드' 아파트의 청약광풍을 예로 들며 현지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 아파트는 1순위 청약에 12만7129명이 몰리면서 평균 9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부산지역 청약통장 1순위 가입자 전체가 35만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3명 중 1명이 접수한 셈이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이 같은 청약시장의 과열이 '대연 롯데캐슬 레전드' 아파트에서 약 2㎞ 떨어진 곳에 들어선 부산혁신도시 문현지구의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입주 영향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동북아시아의 금융허브를 꿈꾸며 출범한 BIFC는 2만4856㎡ 땅에 지하 3~지상 63층, 연면적 19만7169㎡짜리 건물이다. 국내 업무용 건물 가운데 가장 높은 부산의 랜드마크다.이곳에는 한국거래소, 한국자산관리공사, 대한주택보증,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남부발전 등 부산으로 본사를 옮기는 이전 공공기관과 현지 금융기관들이 입주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019년까지 BIFC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12조7000억원, 고용 효과는 13만8000여명 등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영향을 받아 남구 대연동의 최근 1년새 아파트 매매가격이 3.25% 올랐다. 부산 전체 평균인 1.68%의 두 배 가까운 상승률이다.올해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아파트 단지도 부산에서 나왔다. 14만63명이 청약해 평균 146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래미안 장전' 아파트가 그 주인공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부산 일대 중개업소 유리창에선 'A 아파트 분양권 다수 보유', '프리미엄 문의 환영' 등의 문구도 쉽게 볼 수 있다. 일부 아파트 단지는 웃돈이 최대 7000만원까지 붙었다는 게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부동산 열기가 부산 못지않은 곳이 대구다. 올해 31개 단지가 공급된 대구에선 18개 단지가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했다. 대구는 17개 시ㆍ도 가운데 유일하게 올해 신규 분양한 아파트 단지 숫자와 전 주택형이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한 단지 비율에서 모두 전국 상위 5위권에 들었다. 대구 수성구에서 분양한 '브라운스톤 범어' 아파트 단지는 평균 142대1로 올해 분양 물량 가운데 두 번째로 청약 경쟁률이 높았다. 대구 부동산 시장 역시 혁신도시 영향을 톡톡히 받고 있다. 대구혁신도시가 위치한 동구의 아파트 가격은 혁신도시 지구지정 이후 대구시 평균(27.9%)보다 높은 31.2%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입주가 시작된 최근 1년새 9.6%가 상승했다. 인근 H공인 소장은 "이 일대는 대구시에서도 발전이 늦어 집값도 싸고 활력이 없었다"면서 "공공기관들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상권도 살고 집값도 수천만원 올랐다"고 말했다.
◆"혁신도시 지정 이후 아파트값 31.4% 올라" = 혁신도시가 인근 지역 부동산 가격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통계도 이어지고 있다. 영산대 부동산연구소에 따르면 전국 주요 시ㆍ도의 혁신도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2007년 4월 혁신도시 지정 이후 최근까지 평균 31.4%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부산 혁신도시가 48.73%로 가장 많이 상승했다. 이어 47.2%, 전북 45.4%, 제주 38.2%, 충북 38%, 경북 36.2%, 대구 31.2% 순으로 상승했다. 경남만 유일하게 이 기간에 아파트 매매가격이 1.84% 하락했다.특히 부산 영도구 동삼혁신지구는 같은 기간에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무려 56.05%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혁신도시 지정 이전과 비교해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이 큰 지역은 전남 나주시로 혁신도시 지구지정 이전 7년간(2000년4월∼2007년4월) 아파트 매매가격이 5.97% 오르는 데 그쳤으나 지구지정 후에는 47.24%나 상승했다. 심형석 영산대 부동산연구소장은 "혁신도시 사업이 처음에는 논란 속에 시작됐는데 지역의 부동산 시장 측면에서 보면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효과를 낳았다"며 "혁신지구로 지정된 지역뿐 아니라 해당 시ㆍ도 전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이전 공공기관 종사자가 전셋값 상승 주범? = 굵직한 도시개발사업이 국가의 지원 속에 추진되며 부동산시장을 들썩인데 이어 공공기관 직원들의 주거지 확보경쟁이 치열해지며 전셋값 상승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이전 직전부터 전셋집 구하기에 급하게 나서면서 시세보다 웃돈을 주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대구 동구 D공인 대표는 "대구 현지 사람들과 공공기관 직원들은 전셋값을 생각하는 기준이 다르다"면서 "집주인들이 시세보다 1000만~2000만원 높게 불러도 계약이 잘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수도권의 비싼 집값에 익숙한 이전기관 직원들이 가격을 높여도 크게 거부감 없이 계약체결에 나선다는 얘기다.실제 대구혁신도시 인근에 위치한 롯데캐슬 레전드 아파트 전용면적 84㎡ 전셋값은 지난해 1억5000만~1억6000만원 선에서 올 가을 2억1000만원까지 뛰었다. 율하동 등 동구 일대가 전체가 이 같은 분위기다. 저금리 기조에 맞춰 월세로 전환하는 아파트도 크게 늘고 있다.경남혁신도시에서도 전용 84㎡ 아파트 전셋값이 1억6000만~1억7000만원으로 올해에만 2000만원 가량 올랐다. 매매의 경우 올 1월 2억1000만원이던 집이 2억4000만~2억5000만원으로 3000만~4000만원 상승했다. 경남혁신도시 내 L공인 대표는 "기관 직원뿐 아니라 산청, 하동 등에서 교육 때문에 진주로 이전하는 수요가 더해져 물량이 없다"고 했다. C공인 대표는 "3.3㎡ 당 분양가가 615만원으로 구도심(730만~750만원)에 비해 저렴한데다 혁신도시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져 향후 구도심 수준으로 아파트값이 오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난 가을 이사철 집구하기에 나섰던 지역 주민들은 전셋집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소연한다. 내년 4월 결혼 예정인 김성수(가명ㆍ33ㆍ대구 수성구)는 "신혼집을 구하러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전셋값이 외곽까지 올라도 너무 올랐다"면서 "현재 금액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돼 경산시 쪽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했다. 특별취재팀 김민진 차장(팀장) 고형광·오현길·조민서·이창환·박혜정·이민찬·윤나영 기자<ⓒ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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