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금융사 CEO 함부로 임명 못한다…업계 반발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금융당국이 최근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입법예고 하면서 재벌총수가 대기업 계열의 보험, 증권 등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와 고위임원을 함부로 임명하기 어렵게 됐다.부행장 출신들이 같은 금융지주사 계열의 보험사.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에 사장이나 부사장으로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금융사들은 금융당국의 이런 방침에 대해 "상법 등 관련 법적 근거도 없는 규제를 만들어서 대주주의 권한을 침해하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논란이 일고 있다.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지난 20일 입법예고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내달 10일 발효되고, 이 모범규준을 적용 받는 118개 금융회사는 CEO, 부사장 등 집행임원을 선임할 때 추천경로, 추천경력, 추천사유 등을 공시해야 한다.이렇게 되면 그동안 재벌총수나 그룹 구조조정본부가 그룹 내 인물을 중심으로 진행해오던 대기업 계열의 금융사 임원 선임 방식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그간 대기업 계열 금융사 사장, 부사장 가운데는 일부 금융경력과 무관한 인사들이 적지 않았다. 금융지주사 계열의 증권, 자산운용, 캐피탈 등 고위인사도 자본시장 경험이 없는 은행 부행장 출신들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았다.모범규준 적용 대상인 금융사로 대기업 계열은 삼성그룹의 생명, 화재, 증권, 카드, 자산운용 등이 있으며 한화의 생명·증권·자산운용, 동부의 생명·화재·증권, 현대캐피탈, 롯데캐피탈 등 20곳가량이 있다.금융위는 모범규준에서 CEO 승계에 대한 공시 강화 규정을 담았다. 각 금융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통상 3월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 30일 전 금융사가 공시할 연차보고서(annual report)에 이사회에 들어가는 새 집행위원의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추천 경력에는 지금처럼 학력, 약식 경력이 아닌 구체적인 '경력'을 세부적으로 명시하도록 했다.이와 관련, 대기업 계열 금융사를 중심으로 금융권의 반발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다. 몇몇 업체는 이미 법무팀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모범규준의 법적 문제점을 따져 금융위에 전달키로 했다.금융사의 한 관계자는 "모범규준에 문제가 많다"며 "주식회사는 주주가 주인이고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들이 이사, 대표이사를 임면할 수 있는데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만들라고 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경영권을 무력화하려는 조치"라고 말했다.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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