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가 1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우리나라 경제현황과 2105년도 예산쟁점'을 주제로 열린 새누리당 국가경쟁력강화포럼에 참석, 회의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최경환 경제팀의 새 경제정책방향이 발표된 지 24일로 4개월을 맞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월 16일 취임 이후 일주일이 지난 같은달 24일 "경제는 심리다"라면서 경제주체의 자신감회복을 위해서는 재정적자를 감내하더라고 경기가 살아날때까지 확장적 재정정책(한국식 양적완화)을 펼치겠다고 선언한바 있다.그중 대표적인 것이 총 41조원의 정책패키지이고 하반기에만 31조원(당초 26조원에서 10월에 5조원을 추가하기로 발표)을 풀기로 한 경기활성화 대책이다. 최경환노믹스의 거침없는 '진격'에도 불구하고 경제주체의 자신감은 반짝 회복기미를 보이다 최근 다시 하락하는 추세다. 그 사이 한국경제는 내우외환에 빠진 형국이다. 안으로는 저물가가 지속되고 산업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경기가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밖으로는 엔저에 이어 중국의 금리인하까지 한꺼번에 진행되면서 가뜩이나 엔저공습으로 위축된 수출제조업에 악재가 되고 있다.◆기재부 공식경기진단 "어려운 국면"=기재부는 국내외 경기흐름을 분석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매달 내놓는다. 최경환 부총리 취임 효과가 없었던 7,8월은 "경기회복세가 부진하다"는 표현이 나왔다가 9월에는 다소 긍정적인 "경기회복세가 미약하다"로 바뀌었다. 그러다 10월에는 "경기회복세 모멘텀이 미약하다", 11월에는 "경기 회복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면서 다소 부정적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기재부는 다만 3분기 전체로 볼 때는 경제가 세월호 사고 여파에서 점차 벗어나며 1분기 수준의 개선 흐름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외 여건에 대해서는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엔화 약세 심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한은 "기업들 불확실성 크게 느낀다"=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제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2로 전월보다 2포인트 떨어졌다. 올들어 가장 낮았던 지난 8월(72)의 연중 최저치와 같은 수준이다.기업 유형별로 보면 수출기업의 BSI가 전월 72에서 70으로 떨어져 2009년 3월(56)이후 5년 7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내수기업(76→73)도 하락세를 보였다. 기업 규모별로도 대기업(78→76)과 중소기업(71→67)을 가리지 않고 악화됐다. 한은 관계자는 "전망치 하향 조정 등 나쁜 소식만 들리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느끼면서 어려워하는 것 같다"며 "일부 업종은 경쟁이 심화된 데 따른 어려움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민간의 체감경기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경제심리지수(ESI)는 92로, 전월보다 5포인트나 하락했다. ◆대기업 경기전망 다시 기준치 이하로=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11월 종합경기 전망치는 93.6으로 기준선 100을 밑돌았다. 10월 전망치(100.7)가 5개월만에 기준선을 살짝 넘어 호전될 기미를 보였으나 다시 한달만에 기준선 아래로 내려간 것이다. BSI 전망치가 100을 웃돌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들이 더 많다는 뜻이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다. 전망치를 부문별로 살펴보면 내수 96.5, 수출 97.5, 투자 95.8, 자금사정 96.7,재고 102.9, 고용 99.4, 채산성 94.0 등 모든 부문에서 부정적으로 전망됐다. 재고는 100 이상이면 재고 과잉이라는 의미다.BSI 10월 실적치는 93.1로 7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밑돌았다. 부문별로 보면 내수 97.9, 수출 95.2, 투자 95.2, 자금사정 97.3, 재고 105.0, 고용 99.4, 채산성 93.4 등 모든 부문에서 부진했다.◆전통시장 BSI 76 기준선 100 크게 하회=소상공인의 사정은 더 나쁘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전국 소매업, 음식점 등 소상공인 사업체 2000개를 대상으로 10월 말 체감경기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전월보다 15.6포인트 떨어진 64.2에 그쳤다. 부문별로는 매출 BSI가 14.8포인트 하락했고, 영업이익(-13.4포인트), 자금 사정(-10.8포인트), 원재료 조달(-10.5포인트) 등도 일제히 내려갔다. 업종별로는 골목상권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소매업의 체감경기가 42.9포인트나 하락했고, 부동산업도 37포인트 하락해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여파가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소상공인이 전망한 11월 체감경기는 지난해 같은 달(100.4)과 비슷한 100.5으로 나타났다.이와는 별도로 전국 전통시장 점포 100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체감경기도 75.9로 전월보다 27.9포인트나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부문별로 매출 -27.9포인트, 구매고객 수 -27.7포인트, 이윤 -23포인트, 자금사정 -23포인트 등의 하락폭을 보였다.◆지역경기 살아나갈 기미가 안보여=지역경기도 소비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의 3분기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전국 대형소매점 판매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감소했다. 충남(5.6%), 제주(2.7%) 등은 음식료품, 화장품 등의 호조로 증가했지만 전남(-12.1%), 전북(-10.6%) 등은 음식료품, 의복 등의 부진으로 감소했다. 전국 백화점 판매는 작년 동기 대비 3.2% 줄었다.충북(8.5%), 대구(2.3%) 등은 증가했지만 경남(-9.5%), 울산(-4.5%), 서울(-4.0%) 등은 감소했다.◆가계, 소득도 지출도 찔끔=가계의 사정도 비슷하다. 통계청의 3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가계의 소득과 지출이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8만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던 2분기의 2.8%보다는 다소 개선됐지만 경기 회복이 한참 가시화되던 1분기의 5.0%에는 크게 못 미쳤다. 2분기에 가라앉았던 경기가 다소나마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미약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물가를 감안한 실질소득 기준으로 하면 1.6%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57만6000원으로 1년전보다 3.3% 증가했다.3분기 지출 증가율 역시 소득과 유사하게 2분기(2.9%)보다는 조금 늘었지만 1분기의 4.5%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소득이 늘었어도 미래에 대한 불안에 소비를 주저하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가계의 흑자액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3분기 중 355만원으로 1년전보다 2.8%증가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97만4천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전보다 1.6% 늘어난 수치로 사상 최고 금액이다. 1000조가 넘는 가계부채는 여전히 우리 경제의 뇌관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톰 번 선임부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정부가 성장 촉진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가계부채와 내수 부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을 보면 정부의 소비 진작 정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세계 경제 개선세가 여전히 부진해 추가적인 성장 견인 요소를 발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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