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용 논설고문
인천아시안게임이 끝난 지 3주가 지났지만 후폭풍이 여전하다. 막대한 예산 투하 후유증 등이 지적되고 있지만 그보다 더 부각되고 있는 것은 이번 대회 금메달리스트들에 대한 병역특혜 문제다. 병무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체육인 등에 대한 병역특혜는 1973년 유신정권이 '엘리트체육 육성을 통한 국위선양'을 구실로 올림픽 입상자들에게 병역특혜 혜택을 주기로 결정하면서 처음 도입됐다. 병역특혜 제도는 이후 몇 차례 곡절을 겪다가 2010년 올림픽 메달과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한정됐다. 이 조항에 따라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남자선수 금메달리스트 143명 가운데 66명이 병역면제를 받을 예정이다. 이미 남자 농구 선수 4명이 병역 혜택을 받아 조기 전역했고 28년 만에 금메달을 딴 남자 축구는 20명 전원이 수혜자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정작 사달은 야구에서 비롯됐다. 명색이 야구 국가대표팀이라면 각 포지션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를 선발해야 하는데도 야구협회는 병역미필 선수를 각 구단별로 안배하는 식으로 팀을 짰다. 한마디로 팀별로 나눠먹기를 한 것이다. 그런데도 야구팀은 수준 이하의 외국 팀들을 대상으로 파죽지세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미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지만 이제 체육인 등에 대한 병역특혜 제도는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우선 거론할 수 있는 것은 스포츠 정신에 위배된다는 점과 대외적인 체면의 문제다. 아마추어리즘에 비춰보면 병역특혜는 엄청난 보상이다. 또한 세계적으로 징병제를 실시하는 국가 중에서 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 병역면제 혜택을 주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한국의 체육인 병역특혜 제도는 종종 해외언론의 조롱거리가 돼왔다. 신성한 스포츠정신을 병역면제라는 미끼로 훼손하는 나라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형평성의 문제다. 이번에도 드러났지만 야구팀의 금메달과 수영 박태환 선수의 은메달, 그리고 육상에서 겨우 4개밖에 건지지 못한 은메달의 가치를 메달 색깔로만 비교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한국은 이번에 육상과 필드, 경영에서 단 1개의 금메달도 건지지 못했다. 즉 육상 등 메달 획득이 어려운 종목과 양궁, 태권도 등을 같이 취급하는 건 형평에 맞지 않다는 것을 체육인들이 더 잘 알고 있다. 또한 타 분야와의 형평성도 문제다. 기능올림픽 입상자에게는 병역혜택이 없다. 또 지적할 점은 일부 인기 종목의 프로선수들이 누리는 과다한 금전적 혜택이다. 특히 프로야구와 축구선수들은 병역면제라는 날개를 다는 순간 천문학적으로 몸값이 치솟는다. 이미 박찬호와 김병현 등이 그런 혜택을 누렸다. 같은 젊은이인데 누구는 전방 철책선에서 근무하다가 맞아 죽는가 하면 누구는 병역면제 덕에 수백억 원의 수익을 올린다는 것은 분명 문제다. 병역문제는 우리 국민에게는 가장 민감한 이슈다. 고위공직자 청문회 때 본인과 자식의 병역복무 여부는 매번 주요하게 다뤄진다.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는 두 아들의 병역면제 특혜 의혹에 휩싸여 낙선했다. 병무청은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제도 개선책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난망해 보인다. 가장 첩경은 병역혜택을 없애는 것이다. 기왕의 혜택과의 형평성이 문제된다면 대체복무제 등을 폭넓게 적용하면 될 것이다. 또한 병역면제 덕분에 거액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의 경우에는 일정 정도를 환수해서 해당 종목의 발전기금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제 일부 체육선수의 활약으로 '국위가 선양'되는 시절은 지났다. 매년 훈련소로 향하는 20여만명의 청년들에게 일부 체육인의 특혜는 곱게 보일 리 만무하다. 고픈 배는 참아도 아픈 배는 못 참는 게 한국인이다. 윤승용 논설고문 yoon6733@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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