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이통사와 제조사들이 일제히 요금 인하 정책과 단말기 출고가 인하에 나선 가운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실효성 여부가 다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법 취지에 따라 시장에서 요금 인하, 출고가 인하 경쟁이 벌어진 것이 아니라 기업들을 쥐어짜 내 놓은 결과인 만큼 일회성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에 앞서 지난 17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이동통신 3사와 제조사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며 으름짱을 놓은 뒤 이통사와 제조사가 요금제와 출고가를 조정했다. 스마트폰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통신 정책 주무 부서의 두 수장이 관계 기업 모두를 불러 모아 놓고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는데 어느 회사가 이에 따르지 않겠는가"라며 "울며겨자먹기로 저마다 요금 인하, 출고가 인하 방침을 내 놓았는데 일회성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통사, 신규 요금제로 요금인하 효과 강조…제조사 "출고가 인하 직접적 타격"= 제조사들은 이번 이통사들의 요금 인하 정책이 실제 요금 인하가 아니라는 의견을 내 놓았다. SK텔레콤이 폐지한 가입비의 경우 SK텔레콤에 신규 가입할때만 받지 않는 돈인 만큼 기존 가입자들에 대한 혜택이 없고 KT 역시 신규 요금제를 만든 것이지, 이동통신 요금을 내린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제조사 한 관계자는 "요금을 인하하면 현재 가입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 요금제에서 일정 비율의 요금 할인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이통사들은 항상 새로운 요금제를 내 놓고 정부와 입을 모아 몇 %의 요금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면서 "이것을 실제 요금 인하라고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반면 제조사의 출고가 인하는 직접적인 타격이 크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 출고가를 인하할 경우 세계 시장에 출시된 같은 종류 단말기를 모두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제조사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새 요금제를 내 놓아 요금 인하를 직접적으로 피해가는 대신 제조사는 타격이 크다"면서 "국내 시장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까지 전부 출고가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 돼 난감하다"고 말했다. ◆소비자 "보조금 높이고 출고가 내려도 비싸서 안사"= 단통법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보조금 상한선을 규제하고 가입유형이나 지역에 따라 보조금을 차별하면 안된다는 점이다. 단말기별 지원금도 공시된 액수만 줘야 된다. 정부는 단통법을 시행하면서 이통사들이 막대한 보조금과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 만큼 요금 인하 경쟁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이통사들이 마케팅을 줄이면서 오히려 경쟁이 사라졌다는 업계의 시각이다. 결국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서 경쟁을 사라지게 만들어 시장이 위축됐고 이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전가된 것이다. 보조금 규모가 일제히 줄어들면서 소비자들은 예전보다 수십만원 비싸게 스마트폰을 구매하고 있다. 강남역 휴대폰 매장에서 만난 소비자 A씨는 "단통법은 결국 싸게 팔지 말고 똑같이 팔라는 취지의 법인데 이걸 시행해 놓고 이통사들이 요금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생각한 정부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보조금이 늘고 출고가가 내려갔다는 얘기를 듣고 나와봤는데 여전히 비싸서 그냥 안사기로 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2, 3위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1위 사업자의 요금제를 인가하는 '요금인가제'나 단통법 모두 시장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경쟁을 저해하는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정부가 시장 가격에 직접 규제를 하면 할수록 경쟁을 저해해 요금 인하, 출고가 인하가 오히려 요원해진다는 점을 주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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