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술ㆍ산업 융복합으로 위기 돌파하자

시월 하순으로 기업들이 내년 사업계획을 짤 시기인데 쉽사리 밑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본지 23일자 1ㆍ3면 보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일본의 엔저 드라이브에 흔들리는 환율의 예측이 어려운데다 중국의 성장 둔화, 유럽의 더딘 경기회복 등 대외 환경의 불투명성이 크기 때문이다. 엔저 여파로 일본 제품에 밀리고 기술력이 높아진 중국 제품에 치받치는 현상도 두드러졌다.  속속 발표되는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저조한 점도 불안감을 더한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지난해의 40% 수준으로 급감한 데 이어 현대자동차도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주요 대기업의 실적부진을 반영하듯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어제 6대 주력업종의 내년 업황 전망이 어둡다고 발표했다. 전자ㆍ자동차ㆍ철강ㆍ조선산업이 올해보다 부진하고, 석유화학ㆍ건설 업종도 좀처럼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제조업 위기설까지 나오는 판이다.  하지만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줄곧 한국 경제를 위협해온 것들이다.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투자를 망설이면 기회는 더 희박해진다. 이런 면에서 LG그룹이 어제 서울 마곡지구에서 LG사이언스파크의 첫 삽을 뜬 것은 의미가 크다. 구본무 LG 회장이 꺼내든 위기돌파 카드가 설비경쟁이 아닌 새로운 융복합 기술을 찾는 연구개발(R&D) 시설이기 때문이다. 4조원이 투입되는 국내 최대 융복합 연구타운이 건설되면 흩어져 있는 전자ㆍ디스플레이ㆍ화학ㆍ통신ㆍ에너지 등 연구조직이 입주한다. 특히 중앙에는 연구원들이 소속사에 관계없이 모여 정보기술(IT)ㆍ바이오기술(BT)ㆍ나노기술(NT)ㆍ그린기술(GT) 등 융복합 프로젝트를 수행할 공동 실험센터가 들어선다니 기대된다. 현대차도 10조원이 넘는 거액을 들여 확보한 서울 강남 한국전력 부지의 활용도를 보다 높이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경제개발 과정에선 전자ㆍ화학 등 전통 제조업이 주도적 역할을 했지만, 신흥국의 추격이 거세진 상황에선 과거의 성공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기술ㆍ산업 간 융복합을 촉진하고 시장을 선도하는데 대기업이 앞장서야 한다. 대기업 계열사뿐 아니라 중소기업, 벤처, 학계, 지역사회 등 외부 지식과 역량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엮어내야 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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