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자산매입 세부안 공개, 한계만 드러낸 꼴?

시장이 기대했던 매입 규모 정확히 공개되지 않아 집행위원회 반대 가능성·1조유로 매입 의구심 커져獨 2% 등 유럽주요 증시 급락…유로도 강세 전환[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2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에서 이미 예고한대로 자산매입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공개했다. 사실상 ECB 버전 양적완화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독일 DAX30 지수가 1.99% 급락 마감되는 등 이날 유럽 주요 증시는 일제히 주저앉았다. 양적완화 부담감에 최근 약세를 보였던 유로는 강세로 돌아섰다. 시장 관계자들은 세부 계획안을 공개한 드라기 총재의 부양 의지가 되레 한풀 꺾였다는 평가를 내렸다. 특히 구체적인 자산 매입 규모가 공개되지 않은 점에 문제를 제기했다. 드라기 총재는 앞서 ECB의 보유 자산 규모를 역대 최대 수준이었던 2012년 수준까지 늘리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ECB 보유 자산 추이 [그래프=블룸버그]

ECB는 2011년 12월과 2012년 2월 두 차례 3년 만기 장기대출(LTRO)을 실시했고 드라기가 언급했던 2012년 초 ECB의 보유 자산은 사상 최대인 3조1000억유로까지 불어났다. 이후 은행들이 빌렸던 LTRO 자금을 상환하면서 현재 ECB의 보유자산은 2조유로 수준으로 줄었다. 드라기 총재의 보유 자산 사상 최대 발언은 ECB가 1조유로 이상의 자산을 매입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낳았다. 반면 일각에서는 ECB가 목표로 했던만큼 자산을 매입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ECB가 안전한 ABS와 커버드본드만을 매입하려 할 경우 시장 규모가 충분치 않으며 따라서 리스크가 큰 위험한 자산을 매입해야 ECB의 자산매입 계획이 성공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비관론자들은 독일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ECB가 드라기의 바람만큼 많은 자산을 매입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옌스 바이트만 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 총재는 이미 지난달 통화정책회의에서 ABS 매입을 포함한 드라기의 부양 계획에 반대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기대감이 아닌 우려가 현실화됐다. 드라기 총재가 세부안을 공개하면서 구체적인 매입 규모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ECB의 자산 매입 규모가 당초 기대했던 1조유로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고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드라기는 재차 2012년 초 수준까지 ECB의 보유 자산 규모를 늘리고 싶다고만 말했다. 시장이 기대했던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드라기 총재는 심지어 투자자들이 ECB의 보유 자산 숫자에 대해 지나치게 관심을 둬서는 안 된다고까지 이야기했다. 미국 온라인 경제매체 CNBC는 시장에서는 전체 매입 규모와 국가별 배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공개되기를 원했지만 드라기 총재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 했다고 꼬집었다. 블룸버그 통신도 드라기가 자산 매입 규모에 대해 정확히 밝아 시장을 실망시켰다고 꼬집었다. ADM 인베스터스 서비시스의 마크 오스트왈드 투자전략가는 드라기 총재가 정확한 매입 규모를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 애초 1조유로 확대 목표를 부분적으로 철회한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슈로더의 아자드 잔가나 이코노미스트도 드라기가 정확한 매입 규모를 밝힌지 않은 채 앞서 밝힌 내용을 단순히 확인해주는 정도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잔가나는 특히 드라기가 사상 최대 자산에 대해 강조하는 정도가 약해졌다고 지적하며 이는 ECB 집행위원회가 드라기의 최대 계획을 지지하지 않았거나 아니며 드라기 스스로가 최대로 확대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한편 드라기 총재는 이번 회의에서 투자 부적격 등급인 유로존 회원국의 ABS를 매입하는 방안을 관철시켰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ECB는 투자 부적격 등급 국가의 ABS를 매입할 수 없지만 이번 결정으로 ECB는 투자 부적격 등급인 포르투갈, 그리스의 ABS도 매입할 수 있게 됐다. JP모건 체이스는 이번 결정으로 ECB가 포트투갈 ABS 최대 112억유로, 그리스 ABS 27억유로를 매입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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