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와 태국의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E조 경기를 취재하는 기자들
[인천=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오늘 하루 피로가 싹 풀리네요."남동공단에서 일하는 사츠라 파콘(42) 씨와 일행 다섯 명은 지난 22일 저녁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빠져나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바로 앞 광장에서 힘껏 노래를 부르더니 이내 어깨동무를 하고 춤을 췄다. 여기에 수십 명이 합세하면서 광장은 축제 분위기로 뒤덮였다. 이들은 자국 남자 축구대표팀의 승리에 취해 있었다. 이날 태국은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E조경기에서 인도네시아를 6-0으로 대파했다. 폼부브차 차나난(22)이 경기 시작 7분 만에 선제골을 넣었고, 다위칸 크로크리트(24), 잇핀잇 핀요(21) 등이 후반 네 골을 몰아쳤다. 파콘 씨는 "이 선수들이 바로 우리 축구의 미래"라며 "태국이 다시 한 번 아시아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안산 반월공단에서 일하는 프와차 찹티프(29ㆍ태국) 씨는 "한국 선수들이 내심 태국을 경계하고 있을 것"이라며 "태국이 금메달, 한국이 은메달을 땄으면 좋겠다"고 했다. 함께 경기장을 찾은 차피스 탄둔(31ㆍ태국) 씨는 "한국과 결승에서 맞붙게 된다면 아는 동포들을 총동원해 응원전을 펼치겠다"고 했다.이들을 비롯한 태국 응원단은 한동안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춤을 추고 노래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고, 일부는 경기장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몇몇은 카메라를 챙겨들고 출입구 앞에서 선수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무리 가운데는 인도네시아 관중도 있었다. 그러나 20여분을 기다려도 선수들이 나오지 않자 대부분 자리를 떠났다. 귀가를 서두르던 인도네시아 응원단 가운데는 시흥공단에서 일하는 레스투센 알피(34) 씨도 있었다. 그는 "비록 대패했지만 동료들과 한 목소리로 응원했다는 것이 즐거웠다"고 했다. 그러나 함께 따라온 한국인 산업기능요원 김 모씨의 어깨를 부여잡고 한국어로 말했다. "야, 가슴도 아픈데 (술) 한 잔 빨러가자."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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