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신한과 비교되는 KB이사회의 '무책임 행보'…화 키웠다

신한사태 때 이사회, 한동우 신임 회장 선임 후 대거 사퇴하며 '결자해지'국민은행 이사회, 주전산 내홍 한 축이면서 입장표명 요구에 '묵묵부답'KB금융 이사회, 임영록 회장 중징계 때까지 '수수방관'…당국 눈치만[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금융지주 경영체계의 허술한 민낯을 보여준 ‘KB사태’가 이사회 책임론으로 번지고 있다. KB국민은행 이사회는 은행장과의 전면적인 갈등으로 사태의 발단을 제공했음에도 입장표명이 없고, KB금융 이사회는 회장이 중징계를 받는 상황까지 수수방관했다는 지적이다.22일 KB 내·외부 등 금융권에서는 KB사태에 조역을 한 이사회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KB금융과 국민은행 이사회의 ‘무책임 행보’는 경영감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부분의 사외이사가 사퇴한 4년 전 ‘신한사태’와 비교된다. 신한사태는 최고 경영진 간의 갈등으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KB사태와 닮았지만 이사회의 행보는 사뭇 다르다.지난 2010년 신한은행은 신상훈 당시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배임·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사태의 본질은 라응찬 당시 신한금융 회장과 이백순 당시 신한은행장이 회장 후계 구도를 두고 신 사장과 다툼을 벌인 것이었다. 신한금융 이사회는 신 사장이 고발 당한지 열흘 만에 직무정지를 결의했다. 이후 이사회는 갈등 당사자인 라 회장, 신 사장, 이 행장을 제외시킨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이사회는 즉각 최고경영진 운영체계 개편방안을 마련하기로 하고 새 최고경영자(CEO) 선임에 나섰다. 또 특위 구성 당일, 라 회장의 자진사퇴를 받아냈다.이사회의 신속한 대처에 신한사태의 갈등 당사자 세 명은 3개월도 안 돼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신 사장은 12월 6일 사장직을 내려놨고 이 행장도 같은 달 29일 사퇴했다. 이사회는 이 행장이 물러나자마자 다음 날 서진원 신임 행장을 내정했다. 행장 유고를 염두에 두고 특위 운영을 시작할 때부터 새 행장을 모색했기 때문에 경영 공백이 해를 넘기지 않고 최소화될 수 있었다.2011년 2월 신한 이사회는 한동우 씨를 새 회장으로 내정한 후 ‘결자해지(結者解之)’했다. 윤계섭 특위 위원장과 전략적 제휴 관계자인 필립 아기니에 BNP파리바 본부장을 제외하고 8명의 사외이사 중 6명이 이사직을 사퇴한 것이다. 전성빈 당시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도 모든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며 “어느 사외이사도 이사회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사회의 결단은 한동우 신임 회장체제에 힘을 보태줬고 조속한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됐다.반면 국민은행 이사회는 4월 주전산기 교체로 사태의 발단을 제공했음에도 현재까지 일절 입장표명이 없다. 금감원은 은행 IT본부가 주전산기 전환 성능검증(BMT) 결과를 축소 은폐해 안전한 것처럼 이사회에 허위로 왜곡 보고하고 소요비용도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사외이사진은 이렇게 왜곡된 보고서만 믿고 이 행장의 감사보고서를 거들떠보지 않았고 사태를 키웠다. 현재 이사회는 주전산기 교체를 재검토하겠다는 말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

또 임 회장이 금융위로부터 중징계를 확정받기 전까지 KB금융 이사회의 움직임은 ‘먼산’이었다. 회장과 행장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경영공백과 보고체계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언론의 지적에도 사태를 수수방관했다. 최수현 금감원장과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이사회 의장을 만나 ‘경영정상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고서야 임 회장에게 자진 사퇴를 요구해 당국 압박에 못 이겨 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한 사외이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회장 행장 겸임 등 현안은 당국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아직까지는 당국의 메시지가 내려온 게 없다.”고 고백하기도 했다.이렇듯 KB금융 사외이사들이 KB금융의 경영공백을 손 놓고 지켜보며 상반기 상정된 18개 의안에 전원 찬성표를 던지고 받은 평균 보수는 3900만원이다. KB금융 이사회는 김영진 사외이사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위원장으로 선임하고 5회 정도의 회의를 거쳐 10월말 최종후보를 선정할 계획이다. 현재 회추위(사외이사 9명으로 구성)에는 임영록 전 회장을 선임했던 이사 6명도 포함돼 있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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