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신분 제도 vs 당연한 혜택, 누가 맞나?

공무원연금 개혁 20년 논쟁, 이번엔 끝내나?...'국민연금 3배 특혜' vs '월급 적고 퇴직금 없어' 팽팽한 이견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상대적 특혜에 대한 시정이다 vs 다른 불이익에 대한 상쇄일 뿐".정부가 특혜 및 혈세 투입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공무원연금 개혁 작업을 본격화하자 공무원노조 측의 반발이 거세다. 정부는 재정 부족ㆍ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공무원들이 연금을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재정 부족의 원인은 정부가 초래한 것이며, 평시 월급을 적게 받고 퇴직금도 없는 것에 대한 보상 성격일 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 논란은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개혁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공부문 개혁의 일환으로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3개 공적 연금에 대해서는 내년에 재정 재계산을 실시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관련법도 개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촉발됐다.이후 정부는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공무원연금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마련 중이다. 정부가 이처럼 공무원연금 개혁에 나선 이유는 우선 국민연금 가입자와의 형평성 논란 때문이다. 현재 퇴직 공무원 1명이 받고 있는 연금은 매달 평균 219만원 정도다. 국민연금 가입자 월 평균 31만원의 7배가 넘는다. 20년 이상 국민연금에 가입한 사람들이 받는 평균 지급액도 월84만원에 불과하다. 현재 국민연금은 평생 평균 소득의 40%만 지급하도록 돼 있고, 공무원은 63%를 지급받게 돼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의 적자가 누적돼 해마다 거액의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점도 문제로 들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이미 13년 전에 기금이 고갈돼 매년 20%의 지급 금액이 세금으로 지출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공무원연금 부족분에 들어가야 할 돈이 총 120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김영삼 정부 등 역대 정부는 '더 내고 덜 받는' 식의 공무원연금 개혁에 착수했지만 공무원이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도하는 탓에 여태까지 제대로 된 변화가 없는 상태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정부가 대대적인 공무원연금 개혁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공무원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전국공무원노조는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공무원연금 개편 방안 논의에 대해 비판했다. 공무원노조총연맹도 이날부터 청와대 앞 1인 시위에 들어갔다. 공무원노조 측은 오는 11월 대규모 항의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들은 연금 재정 부족 문제에 대해 정부에 책임 소재가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때 공무원 퇴직금 4조7100여억원을 연금 재정으로 지급했고, 사망조위금, 재해부조금 등 6조9700여억원을 다른 용도로 전용하는 등 재정 안전성을 훼손시켰다는 것이다. 또 형평성 논란에 대해선 국민연금이 노후 보장 성격인 반면 공무원 연금은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과 신분상 제한에 대한 대가라는 입장이다. 즉 비상근무 때 수당을 받지 못하고 겸직 금지ㆍ노동3권 미보장 등 불이익을 받는 것에 대한 보상 성격이라는 것이다. 일반 기업체에 근무하는 민간인들에 비해 산재ㆍ고용보험도 보장받지 못하고 퇴직금도 없다는 점도 근거로 들고 있다. 한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이해 당사자가 배제된 채로 일방적으로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며 "특혜를 받고 있다지만 일부 특수직 공무원들을 제외하면 전체의 49%에 달하는 일반직 6급 이하 퇴직 공무원들은 기껏해야 월 140여만원만 받는다. 공무원연금을 깎을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을 올리는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이 같은 공무원노조 측의 주장에 대해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현재의 공무원연금 제도는 단 한번 과거급제로 풍요와 안정을 평생 누리는 반면 과거에 낙방한 나머지는 구멍 난 연금적자를 메워 퇴직공무원들의 안정적 노후를 보장하려고 세금을 더 내는 현대판 신분제도"라며 "공무원연금개혁이 성공하려면 우선 민간인을 위원장으로 하는 거국적 공무원연금개혁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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