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방한 D-9일]'호화로운 집, 좋은 차' 특권을 포기한 프란치스코 정신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2013년 3월13일 오후 7시6분(로마시간)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 올랐다. 흰 연기는 오랜 관례에 따라 새 교황이 선출됐음을 알리는 신호다. 이에 전날부터 새 교황 탄생을 고대하며 광장에 모여 있던 15만여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울렸다. 이어 모두 무릎을 꿇고 감사 기도를 했다. 8시10분, 로지아의 빨간 커튼이 열리고, 장 루이 타우란 추기경이 새 교황 선출을 선포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 광장의 사람들에게는 아주 낯선 이름이었다. 때 마침 영상이 나왔다. 거기에는 에이즈 환자의 발을 씻겨주는 한 사제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는 늘상 뉴스거리다. 그는 '빈자의 교황'이라는 별명답게 검소함을 실천하고 가난한 사람들과 대화하기를 즐긴다. 또한 겸손, 유머, 따뜻한 성품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이런 행보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 때로 교황은 어느 사회학자보다도 용기 있게 세상을 향해 부당함을 비판하기도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직후 교황궁의 아파트와 큰 차 등 특권을 포기하고 가방을 직접 들고 나타나 화제가 됐다. 이에 교황의 검소하고 따뜻한 삶의 방식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숱한 영감을 주고 있다. ◇ 교황의 집= 프란치스코 교황은 궁에 살지 않는다. 지금 사는 집은 교황청 인근 산타마르타의 작은 아파트다. 사람들로 하여금 제일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부분이다. '금욕을 실천하기 위한 것인가 ? 가난을 위한 것인가 ?' 이에 대해 언론과 신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왜 교황은 호화로운 아파트를 포기했나 ?" 교황의 답변은 한결 같다. "단지 성격이 그렇고 심리적인 문제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저는 궁에 혼자 살 수가 없습니다. 금욕이나 가난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정신적으로 혼자 못 삽니다. 성격이 그렇습니다. 궁 안의 아파트는 크지만 호화롭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나는 만나고 얘기할 사람이 필요합니다."(로마로 돌아오는 기내 기자회견, 2013년 7월28일)◇ 교황의 검은 가방=프란치스코 교황은 수행원 대신 자신이 직접 검은 가방을 든다. 사람들이 교황의 가방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 지 궁금해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어느 기자의 질문에 교황은 이렇게 답변한다. "이 안에 원자탄 열쇠가 들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면도기, 성무일도서, 약속 등을 기재한 수첩, 재가 헌신적으로 좋아하는 성 데레사에 관한 책 한권 있습니다. 제 가방을 제가 든다는 거 ! 이것이 정상 아닌가요 ? 제가 가방 든 사진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간다는 것이 이상할 따름입니다."◇ 교황 전용기=교황이 여러 나라를 이동할 때는 전용기를 탄다. 그러나 피곤할 때 쉴 수 있는 특별석이나 마련돼 있지 않다. 기내에 타고 있는 사람들과 똑같은 좌석이다. 다만 맨 앞자리에 앉는다. 교황은 여행에 앞서 수행원들에게 어떤 특별한 공간을 만들지 말라고 당부했다. 작년 7월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비행기내에서 한 기자가 질문했다. "교황 성하의 위치는 무엇인가요 ?" 이에 프란치스코는 "저는 교회에 속해 있고 교회의 아들입니다"라고 답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이념과 정책, 주장 등을 엄격히 배격한다. 교황은 올해 1월1일 평화의 날 메시지를 통해 혐오스런 인신매매, 미성년자에 대한 범죄와 학대, 아직도 여전한 노예제도, 이민자들의 비극을 간과하지말라고 호소했다. 또한 현대사회의 경제, 금융 전쟁이 동등한 삶을 파괴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만연한 개인주의, 이기주의, 물질적 소비주의로 특징되는 새로운 이데올로기들이 사람을 유기하고 무시하게 만들어 우리 사회의 연대와 인간 공존의 정신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정의의 증진은 경제 성장을 전제로 하면서도 그 이상을 요구합니다. 이는 더 나은 소득 분배, 일자리 창출, 단순한 복지 정신을 넘어서 가난한 이들의 온전한 진보를 분명히 지향하는 결정, 계획, 구조, 과정을 요구합니다. 경제는 더 이상 치유책이 될 수 없습니다."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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