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2013년 가을, 유흥식 주교(천주교 대전교구장)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냈다. 편지에는 아시아청년대회에 프란치스코 교황을 초청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앞서 유 주교는 천주교계가 제 6회 아시아대회 개최를 확정하는 자리에서 넌즈시 "교황을 초청하는 것이 어떨까 ?"라는 얘기를 내비쳤다. 그러자 다른 사제들은 "그게 가능할까요 ?"라며 고개를 갸웃 했다. 그리곤 "밑져야 본전 아니냐"며 "대전교구에서 행사를 주관하니 한번 초청 편지라도 해보라"고 권유했다. 다들 반신반의한 상태였고, 큰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기만 한다면야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미 유 주교는 7월 브라질 세계청년대회에서 교황을 알현했고, 교황청 관계자들에게는 2014년 8월 13∼17일에 대전교구에서 열리는 '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Asian Youth Day, AYD)'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청한 상태였다. 얼마 후 바티칸에서 교황의 답변이 왔다. 답변은 간단했다. “이 편지, 정말 마음에 든다. 편지를 읽는 순간 가슴이 뛰면서 한국에 가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느꼈다.” 어떤 내용이 교황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 유 주교가 공개한 편지 내용은 이렇다. “세계청년대회 참가자는 300만 명이었습니다. 내년에 열릴 아시아 청년대회의 참가자는 불과 2000여 명, 한국 참가자를 제외하면 1000여 명입니다. 그래도 오시겠습니까 ?” 유 주교는 "평소 사제는 물론 신도들도 교황이 한국에 오기를 간절히 희망했다"며 "막상 방문하겠다는 답신을 받자 심장이 터질 듯 했다"고 술회했다. 아시아청년대회라는 한국 가톨릭 신자들에게조차 낯설고 작은 축제에 교황이 참석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보낸 편지는 아녔던 셈이다. 아시아 지역은 여러 대륙 중 가톨릭 복음화율(신자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이다. 이와 관련, 박진홍 신부(대전교구 청소년국장)은 "신자 비율이 적다는 말은 가능성이 그만큼 많다는 걸 의미한다"며 "아시아 청년들은 세계 가톨릭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몽했다. AYD 주최측은 제4회 한국청년대회(Korean Youth Day, 약칭 KYD)도 함께 연다. 주최측은 한국대회 참가자 4000여 명도 교황과의 만남에 초대했다. 이에 따라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AYD)는 대회 역사상 최초로 교황이 참석하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만 77세의 고령임에도 모든 세대의 사람들과 막힘없이 소통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1년 5개월의 재임동안 교황과 청년들과의 만남, 행적 그리고 청년들에게 선사한 희망의 메시지들을 모아 봤다.# 2013년 여름 이탈리아 매체들에 게재된 소식이다. 이탈리아 북부 파두아 지역에 사는 19세 대학생 스테파노 카비차는 교황 알현단의 일원으로 바티칸을 방문하고 돌아와 교황에게 고민상담 편지를 보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직접 청년에게 전화를 걸어 자상한 조언을 해줬다. 70대 노인과 10대 청년의 통화는 8분간 이어졌으며, 농담을 곁들인 즐거운 대화는 교황의 축복으로 마무리됐다. 카비차는 "교황이 존칭(lei)보다 친구에게 하는 것과 같은 호칭(tu)을 쓰게 했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7월 가톨릭 세계청년대회(WYD)가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기자회견을 통해 전 세계적 청년실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교황은 “오늘날 우리는 ‘일자리 없는 세대’를 양산하게 될 큰 위험을 떠안고 있다”며 “개인의 존엄성은 일을 통해 자립하는 데서 생기는데, (이러한 경험이 없는) 젊은이들이 위기에 처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노동시장이 청년들을 버려질 일회용(disposable)으로 생각한다”고 비판하며 “우리는 모두 이 일회용 문화에 익숙해져 있고, 세상 모든 것이 버려질 수 있다는 사고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 2013년 7월 28일 브라질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 폐막 미사. 강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젊은이들에게 전적인 신뢰를 표했다. 그는 ‘가거라’, ‘두려워하지 마라’, ‘봉사하라’는 3개 키워드를 제시하며 "불확실한 미래와 가치관 혼란으로 움츠러든 젊은이들에게 장벽도 한계도 없이 모든 이에게 나아가라"고 격려했다. 교황은 "신앙의 기쁨을 전하는 사람은 더 많은 기쁨을 얻을 것"이라며 “예수 그리스도는 여러분을 믿습니다! 교회는 여러분을 믿습니다! 교황은 여러분을 믿습니다!”라는 3단 응원으로 강론을 끝맺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을 방문한 청소년들과 함께 '셀카'(selfie, 직접 촬영)를 통해 찍은 사진이 2013년 8월31일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공개돼 관심을 모았다. 이 사진 속에서 교황은 10대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였다.# 교황은 2013년 12월1일 로마 근교의 산 시릴로 알레산드리노 성당을 사목 방문, 신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젊은 시절의 경험을 얘기했다. 10대 때 화학실험실 조수로 일하며 실험실 청소를 했으며, ‘기도’(guido)라고 불리는 술집 문지기로 일했던 경험을 직접 털어놨다. 교황도 젊은 시절에는 생계를 위해 주경야독하며 꿈을 키웠기에 오늘날 청년들의 고민에 공감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술집 문지기로 일했던 교황이 천국의 문지기 베드로 사도의 뒤를 이었다”고 평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2월14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2만여 명의 젊은 남녀들이 모인 가운데 밸런타인 데이 행사를 주재했다. 이 행사는 교황청 가정평의회가 주최한 것으로, 약혼한 커플 1만여 쌍이 세계 25개국에서 모였다. 교황은 "함께 사는 것은 하나의 예술이며 아름답고 매력적인 인내를 요구하는 여행"이라며 "함께 사는 것은 단지 육체적 결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함께 사는 예술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세 마디를 “부디, 고마워, 미안해”(please, thank you, sorry)로 요약했다. 이어 "여러분의 가정을 왔다갔다 하는 감정의 모래 위에 세우지 말고 진정한 사랑의 반석 위에 세우라"고 충고했다.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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