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보다 3등 김태호에 더 주목하는 여의도

[아시아경제 최은석 기자]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52ㆍ사진)이 다시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당내 비주류인 것은 물론 이렇다 할 지지세력이 없었던 그가 지난 7ㆍ14 전당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 당 지도부 최고위원 자리에 오르면서 당 안팎에선 "이번 전당대회의 승자는 김태호"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1, 2위 대결 만큼 3위를 누가 차지할지에 관심이 더 컸다. 대선후보까지 지내며 높은 인지도를 강점으로 한 6선의 이인제 의원, 직전 사무총장을 지내며 친박근혜계의 지원군을 확보하고 있었던 3선의 홍문종 의원에 비해 그는 뚜렷한 강점이 없었다. 경선 초반 그의 지도부 합류를 점치는 시각도 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개표결과에는 반전이 있었다. 선거인단 투표와 여론조사를 합쳐 2만5330표를 얻어 전체 3위를 차지했다. 이 의원(2만782표), 홍 의원(1만6629표)과의 격차도 컸다. 4위를 차지한 이 의원과의 대결에서도 비록 여론조사에서는 10.2%를 얻어 19.7%를 받은 이 의원에게 밀렸지만 선거인단 투표에서 크게 앞섰다. 김 최고위원은 '선거의 달인'으로 꼽혀왔다. 다섯 차례 공직선거에 출마해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42세에 경남도지사에 당선돼 최연소 광역단체장 기록을 갖고 있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현정 사상 5번째 '40대 총리 후보자'로 지명되기도 했다. 그의 정치적 성장은 이런 튼튼한 기초가 배경이 됐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평가다. 그는 광역의원(경남도의원), 기초단체장(경남 거창군수), 광역단체장(경남도지사)을 거친 뒤 여의도로 진출했다. 이런 경험들이 정치의 기초체력을 탄탄하게 다졌다는 것이다. 186cm나 되는 훤칠한 키에 준수한 외모까지 갖춰 대중성을 갖췄다. 대중 연설에서도 강점을 보이면서 여의도에선 일찌감치 그를 차세대 리더로 점 찍었다. 2010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김 의원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택한 것도 그의 이 같은 정치적 매력 때문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김 최고위원이 도지사 시절 연설하는 모습을 본 뒤 "저 친구 크게 될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빠른 성장은 오히려 독이 됐다. 총리 후보자로 내정됐지만, '박연차 게이트' 논란에 연루되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증 논란까지 겹치면서 결국 자진사퇴했다. 정치권에선 그의 총리 낙마를 두고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너무 빨리 정치체급을 올렸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방정치에서 활동한 김 의원이 중앙정치무대를 너무 쉽게 봤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최고위원은 2011년 국회의원 재ㆍ보궐선거 경남 김해을에서 당선된 뒤 2012년 재선에 성공했다. 그해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하면서 다시 한 번 정치적 시련을 겪는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 이어 3위를 차지했지만 이로 인해 친박근혜계 주류 측 인사들과 거리가 멀어졌다. 이후 그는 정치적 목소리를 전혀 내지 못한 채 '존재감 없는 정치인'으로 저평가되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이 이번에 재기하는 모습을 두고 '기초부터 탄탄하게 다졌다'는 평가가 많다. 19대 국회개원 후 당 소속 의원 대부분과 두 차례 이상 개별 접촉을 하며 스킨십을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체급을 한 단계 올린 김 최고위원의 행보에 정치권이 주목하는 이유다.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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