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국가기관은 명예훼손 피해자 될 수 없고 신문칼럼은 의견표명에 해당' 각하 처분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국가정보원이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48)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로부터 '각하' 처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법원의 잇따른 판례를 무시한 채 무리한 고소를 남발한 국정원은 또 한 번 체면을 구기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현철)는 지난해 1월 표 전 교수가 신문칼럼에 기고한 글의 내용이 국정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국정원 감찰실장이 접수한 고소건을 각하 처분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은 고소장이 접수된 지 1년여 지난 올해 2월 말 표 전 교수에 대한 추가조사 없이 이 같은 처분을 결정했다. 각하는 혐의가 인정되지 않거나 공소권이 없는 등 불기소 사유가 명백한 경우 또는 수사 필요성이 없을 때 사건을 종결하는 절차다.검찰 관계자는 "무혐의가 명백했기 때문에 각하 처분했다"며 "국가기관이 명예훼손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판례가 있고 신문칼럼 내용도 사실적시가 아닌 의견표명에 해당하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지난해 1월 표 전 교수가 기고한 한 일간지 칼럼 중 '국정원은 위기다. 정치관료가 국정원을 장악해 정보와 예산, 인력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국제 첩보 세계에서 조롱거리가 될 정도로 무능화·무력화돼 있다'는 부분을 문제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기각당하며 망신당한 전례가 있다. 국정원은 박 시장이 2009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시절 민간사찰 의혹을 제기하자 국가와 국정원의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소송을 냈다. 당시 법원은 "국가는 심히 경솔하거나 상당성을 잃은 공격에만 예외적으로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1∼3심 모두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2011년 광우병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PD수첩 제작진의 상고심에서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원은 앞선 사례들을 감안한 듯 표 전 교수에 대한 고소장을 기관이 아닌 감찰실장 명의로 접수했다. 국정원에 소속된 개인으로서 명예훼손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고소인인 감찰실장이 사실상 국정원의 대리인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고소 취소 여부를 해당 감찰실장에 타진했지만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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