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 알레그리=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전략의 부재가 완패를 자초했다. 대한민국이 23일(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의 에스타디오 베이라-히우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H조 2차전에서 알제리에 2-4로 졌다. 1차전에서 난적 러시아를 상대로 무승부를 거둔 자신감은 한 경기 만에 절망으로 바뀌었다. 홍명보 감독(45)은 이날 러시아와의 첫 경기에서 사용한 전술과 똑같은 선발 명단을 꺼내들었다. 상대의 빠른 역습을 차단하고 후반 들어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전략이었다. 반면 알제리는 1차전 선발 명단 가운데 다섯 명을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특히 공격진 가운데 오른쪽 측면 공격수 소피앙 페굴리(25·발렌시아)를 제외한 세 명을 바꾸고 적극적인 공세로 맞섰다. 한국 수비진은 발이 빠르고 개인기가 뛰어난 상대 공격수를 전혀 막지 못했다. 수비 라인을 뒤로 내리고 지나치게 소극적인 전술로 일관하다 번번이 슈팅 기회를 내줬다. 고질적인 수비 불안까지 드러내며 전반에만 세 골을 내주는 졸전을 했다. 슈팅은 한 차례도 시도하지 못했다. 대표팀은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부터 줄곧 같은 방식으로 공수를 조율하는데 집중했다. 압박이 좋고 역습에 능한 러시아의 장점에 대비한 훈련이다. 그러나 알제리를 상대로는 이 같은 전술이 전혀 효과를 내지 못했다. 단조로운 4-2-3-1 전형을 고수하면서 상대가 쉽게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공들였던 전술이 와해되자 조직력마저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교체선수 활용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홍명보 감독(45)은 우왕좌왕하는 수비진이 세 골이나 허용한 뒤 허탈하게 벤치를 지키다 후반 들어 공격진을 연달아 투입하며 반격을 노렸다. 이마저도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구상한 승부수와 같은 패턴이다. 전반보다 선수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졌으나 추격하기에는 다소 늦은 감이 있었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알제리 감독(62)은 "한국이 경기하는 방법을 충분히 연구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며 "전술적으로 완벽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홍 감독은 "상대가 다섯 명을 바꾼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면서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에는 시간이 짧아 준비한대로 임했는데 원하던 플레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또 "조직적인 부분이 잘 맞지 않았고 경험에서도 문제를 드러냈다"며 "결과는 모든 판단과 지시를 내린 감독의 책임"이라고 했다.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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