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도 빈약하고 전략도 희미한 '읍소'형 선거[아시아경제 김인원 기자] 6·4 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가운데 선거결과를 뒤흔들 변수들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과 31일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20대 이하와 50대 이상의 투표율이 높은 가운데 30~40대의 표심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수도권은 물론 충북, 강원, 부산, 광주 등 초접전 지역에서는 변수 하나하나에 따라 후보의 당락이 뒤바뀔 수 있기 때문에 여야 후보들은 물론 지도부가 총력 유세전에 돌입했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강남 유세
가장 관심을 끄는 변수는 통합진보당 후보들의 줄사퇴에 따른 판세 변화다.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5%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백현종 통진당 경기지사 후보가 지난 1일 사퇴한 데에 이어 여야 경합지역으로 꼽히는 부산과 경기 등에서 통진당 후보들이 더 이상의 유세를 포기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사실상 야권 단일화를 이뤘다는 점에서 다소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야권 후보의 단일화가 오히려 보수층 결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이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순수한 통진당 후보의 결단"이라면서 "단일화나 연대를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암묵적인 야합"이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새누리당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출마했다가 사퇴했다는 건 국민과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이 막판 선거 전략으로 꺼내든 '박근혜 카드'도 변수 가운데 하나다. 세월호 참사와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 사퇴 등에 따라 선거 판세가 여권에 불리해지자 '선거의 여왕'으로 통하는 박 대통령에 의지해 분위기 역전을 꾀하겠다는 의도다.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인천, 경기, 강원 등 주요 격전지를 돌며 "박근혜정부를 도와달라"고 읍소하며 후보자들에 힘을 싣고 있다. 서청원 공동선대위원장은 2일 경기 현장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이번 선거는 경기 사수를 통해 박근혜정부가 안전하게 나머지 임기를 채울 수 있느냐, 아니면 나락으로 빠지느냐 하는 중요한 선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도 있다. '박근혜 마케팅'이 20% 안팎의 부동층에게 거부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위험에도 불구 여당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지난 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도와주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릴레이 1인 호소에 나섰고,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를 비롯한 광역단체장 후보들도 '이번 선거는 박근혜 구하기 대 박근혜 버리기 싸움'이라며 표심을 자극했다.목진휴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 달라'는 부탁은 여권 표심을 결집하려고 하는 노력"이라면서 "만약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회복이 여당 후보들이 대한 지지율 회복으로 나타난다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운데)가 24일 광주 광천동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오른쪽)와 함께 거리유세에 나서고 있다.
야당은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에 대한 비판을 강화했다. '박근혜 정권 심판론'으로 숨은표를 확보하는 동시에 '박근혜 마케팅'의 확산을 차단하려는 전략이다.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은 "전국에 평균적으로 20% 내외의 무당층이 형성돼 있다"면서 "무당파는 압도적으로 세월호 정권 심판론에 공감하고 있고 '대통령이 못한다'에 대한 응답률이 높았다"고 강조했다. 서병수 새누리당 부산시장 후보 등이 박 대통령의 눈물 사진을 담은 현수막을 내걸은 데 대해서도 "현행법상 선거에 엄격한 중립을 지켜야 하는 대통령을 선거판에 끌어들인 명백한 반칙이자 불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김인원 기자 holeinon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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