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소비위축이 뚜렷한 것에 대해 정부가 걱정이 많은 모양이다. 지난주 대통령은 청와대 밖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자신을 만나고 싶다며 차가운 길바닥에서 밤을 꼬박 새고 다시 따가운 봄볕을 맞으며 기다리고 있는 동안 경기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얼마나 경제에 대한 심려가 깊은 지를 보여줬는데, 그 '초연함'에 대한 칭찬은 여기서 하지 않겠다. 다만 소비위축이 걱정된다면 왜 그런지부터 제대로 짚어야 할 것이라는 말만 하고 싶을 뿐이다. 대통령은 경제는 심리라고 잘 지적했다. 그러나 지금의 국민의 분노와 절망감을 분열과 혼란이라고 봄으로써 그 자신이야말로 소비위축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을 또한 보여줬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한 달 가까이 일을 손에 잡지 못하고 일상이 멈춰버린 것은 세월호 '침몰' 사고 때문이 아니다. 침몰 '사고'가 너무도 어처구니없이 수백 명의 무고한 생명이 눈앞에서 수장되는 참사로 귀결됐다는 것 때문이다. 침몰이 아닌 구조의 실패에 분노하는 것이다. 구조 결과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에 분노하는 것이다. 정부의 무능보다도 자신의 무능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죄송해하지 않는 것에 더 분노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오히려 국민들을 나무라고 훈계하려 드는 그 후안무치에 분노하는 것이다. 다른 이들의 불행을 함께 슬퍼하고 애도하는 마음을 '순수'한 것과 '순수하지 못한' 것으로 나누려는 그 패륜적 발상에 참담해 하는 것이며, 아이들이 배 안에 갇혔던 것처럼 가족들이 차 벽과 경찰 벽 속에 갇힌 것을 봐야 하는 고통 때문에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왜 이렇듯 끔찍한 참사가 일어나야 했는지 돌아보려는 마음, 그래서 다시는 이런 아픔이 없어야겠다는 다짐, 그런 마음과 다짐이 있어서 우리가 비정사회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한 발짝이라도 더 진전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사람들은 정상적인 소비생활을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 경기를 살리고 싶다면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려 무리하게 '변침'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의 불안과 자괴감이 진정으로 극복될 때에야 소비도, 경제도 정상화될 것이다. 그러므로 경제는 원래 정치이지만,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야말로 경제는 정치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것. 그것이 대통령의 일의 한 본령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 여왕의 역할이 더 어울릴 것이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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